あらすじ
내 앞에서 자존심 따위는 버려. 이미 볼 것, 못 볼 것 다 봤어.
사랑했던 사람의 폭력과 아이의 유산으로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나영. 그러나 뜨거운 여름날, 자포자기하듯 옛 기억에 남아 있던 시골의 한옥 집으로 찾아간 그녀는 그곳에서 청명한 바람 냄새가 나는 태민을 만나게 된다. 죽고 싶었던 나영이었지만 시골의 아름다운 풍경, 그리고 태민과 함께할수록 점점 생기를 되찾아 간다. 그러나 행복함도 잠시 그녀 앞에 또다시 과거의 족쇄가 나타나고, 태민과 함께할 앞날을 위해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떠나는데…….
▶잠깐 맛보기
나영은 탁하게 변한 그의 목소리에 흠칫하며 자신의 허리를 감은 그의 손을 풀려 했다. 그러나 단단하게 감은 그의 팔은 그녀를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그의 눈빛이 짙게 변해 갔다. 목덜미를 간질이는 호흡은 여름의 미풍처럼 파고들었다.
“이런 일은 불장난이 아니란 걸 우린 그때도 알았고, 지금도 알아.”
“…….”
“그래서 예전으로 되돌리고 싶어. 할 수만 있다면.”
그의 눈동자가 너울거렸다. 나영은 그의 얼굴에 손을 대고 말았다. 그의 상처 입었을 마음을, 끌어안고 싶다……. 하지만 그럴 수 없다. 나영은 그의 볼을 감싸고 침착하게 말했다.
“당신을 아프게 했다면 미안해요. 난 정말로 당신이 싫었어요. 그저 잠시 마음을 다독일 무언가가 필요했어요. 그게 당신이었어요. 당신을 이용한 거예요.”
“그럼 내게 말하지 말았어야지. 이런 감정 결코 쉽게 사라져 버리지 않을 거라는 거, 내게 깨닫게 하지 말았어야지.”
“놔줘요.”
“내 조건은 변하지 않아. 그러니 결정해.”
“난 가지 않아요.”
“날 시험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