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우성 알파들인 백도경과 하정진을 한 단어로 정의하자면 ‘앙숙’이다. 누구보다도 친했지만 누구보다도 많이 다투었던 어린 시절에도, 원수 보듯 하는 지금도. 그 확고한 관계에 금이 간 것은, 약을 탄 술을 마시려는 도경을 보고 정진이 그 술을 낚아채 마셔 버린 후 벌어진 ‘사고’ 때문이었다. 그날 이후 둘은 달라졌다. 정확하게는 둘의 ‘알파 본능’이 각자 다른 방식으로 눈을 떴다. 정진은 도경이 미쳤다고 생각했고, 도경은 그에 발맞추어 확실한 미친놈이 되기로 했다. 창과 방패의 싸움이 아닌 창과 창이 맞붙은 결과 둘에게 남은 것은 쌓여가는 상처뿐이었다. 그럴수록 정진을 향한 도경의 집착과 소유욕은 점점 위험한 빛을 띠기 시작하는데... 그제야 여유가 생긴 정진은 자신에게 벌어진 일을 겨우 인지했다. 또. 믿을 수 없지만, 자신과 백도경이 오늘만 두 번째 키스를 하고 있었다. 정진은 눈을 크게 두어 번 끔뻑거리고는 화들짝 놀라며 도경을 거칠게 밀어냈다. “이 새끼가 또!” 이런 놈이랑 대화를 하는 게 아니었다. 사돈이든 원수든, 신경도 쓰지 말고 그냥 아예 무시하는 게 답이었다. 정진은 새빨개진 얼굴에 손부채질을 하며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너무 더워서 목 끝까지 채웠던 셔츠 단추를 풀며 옷을 펄럭였다. 뜨거워진 열기가 식질 않아 당황스러웠다. 이젠 밤에도 날씨가 더워서, 오랜만에 박 사장이 만들어 준 칵테일을 마셔서. 무엇보다 백도경 때문에 화가 나서. 이유는 다양하고도 충분했다. 그럼에도 정진은 빠르게 뛰는 심장을 꾹 누르며 아랫입술을 꾹 깨물어야 했다. 정진이 핑계처럼 늘어놓던 이유 중 제 심장이 빠르게 내달리는 이유는 거기에 없다는 듯이, 갈비뼈가 아플 만큼 심장이 세차게 뛰어 댄 탓이었다. “하정진.” 그때, 뒤에서 제 이름을 부르는 낮은 중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목소리만으로 심장을 꽉 쥐던, 그토록 좋아하던 울림. 습관처럼 저도 모르게 걸음이 멎었다. 두 주먹을 세게 움켜쥔 채, 멋대로 돌아가려는 몸을 억지로 버티며 가만히 서 있자, 뒤에서 실소와 함께 나지막한 음성이 들려왔다. “다음부턴 술 마실 때 보호자도 데리고 다녀. 그러다 또 키스 당한다.” “넌 꼭 헤드기어 차고 다녀. 또 만나면 내가 너 죽여 버릴 거니까.” *본 도서는 작가의 전작 <코튼 프라이드>와 세계관을 공유합니다. 전작을 읽지 않아도 감상에 무리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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