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그러니까… 피를 보면 흥분한다고 씻으라는 말이신가요?” 그는 그럼 자신의 집에 들어와서 경호원들을 때려잡을 때부터 내내 발기한 상태였단 말인지 묻고 싶었으나 어쨌든 한 줄기 남은 이성이 그 단어를 침과 함께 삼켜 넘기게 했다. “이해가 빨라서 좋네요.” 그 말을 하면서도 키릴의 손가락은 계속해서 가연의 볼을 문지르고 있었다. “그렇게 자꾸 아래를 힐끗거리지 말고. 내 좆은 내가 알아서 처리하니까.” 시선이 계속해서 아래로 떨어지려는 것을 그가 몰랐을 리 없었다. 막 개화한 꽃처럼 웃는 그는 그녀의 시선을 모른 척해 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아니면 풀어 주기라도 하시려고?” “아뇨. 그럴 마음은 절대….” “하루 종일 박아 댈 텐데 괜찮겠어요?” 농담인지 진담인지 구분이 가지 않았다. 일단 키릴과 자신은 농담을 주고받을 사이가 아니니 진담이라고 생각하기로 한 가연이 고개를 빠르게 저었다. 예로부터 정신이 나간 놈과는 멀어지는 게 상책이었다. 그렇게 자신의 목숨 또한 지금까지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던 전적을 떠올리면서 그녀가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은 가슴을 내리눌렀다. “제가 체력이 약해서요.” 가연의 말이 우습다는 듯 그가 잇새로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키릴의 머리카락에서 떨어진 물방울이 흰 셔츠 위, 정확히는 가연의 가슴 위로 뚝뚝 떨어진다. “감당 못 하겠으면 씻어요, 그럼.” 볼을 문지르던 손가락이 쇄골을 지나 두어 개 열린 셔츠 단추 아래로 향했다. 손가락을 비틀어 단추를 연다. 남자가 뿜어내는 숨이 그의 미소처럼 독을 머금은 듯 달콤하다. 툭, 툭, 한두 개씩 열린 셔츠는 결국 마지막에 단추를 와다닥 뜯어내며 젖혀졌다. “읏….” 왜, 이 상황에도 강간에 대한 두려움이 들지 않는 걸까. 브래지어 앞 호크까지 찢듯 열어 버린 그가 풍만한 가슴도 아닌, 그 사이로 튄 미세한 핏자국에만 집착했다. 손끝이 가슴골을 문지른다. 말캉거리는 살점이 키릴의 손가락 끝에 달라붙는데도 오로지 그가 보고 있는 것은 핏자국뿐이었다. 턱 끝에, 그리고 목 언저리에 남자의 젖은 머리카락이 달라붙었다. 차마 그의 어깨를 잡을 수 없어 가연은 손을 뒤로 내밀어 타일 벽을 단단히 지탱했다. 어느새 벽 끝에 바짝 선 손가락 끝이 아리다. “씻을게요. 씻을 테니까.” 남자의 우위에 서겠다는 머리는 하얗게 표백된 지 오래였다. 곰을 맨손으로 잡는 사람과는 멀어지는 게 맞다. 맹수를 마주하기보다는 살살 구슬려서 피해 가는 거라고 가연은 배웠다. 과연 맹수가 인간의 마음대로 움직여 줄지는 모르겠지만. “좀 떨어져 줄래요?” 가연이 긴장이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키릴이 웃으면서 그녀의 어깨를 양손으로 잡아 반 바퀴 돌려세웠다. 그러자 자신이 있던 자리와 그가 있던 자리가 뒤바뀐다. 그리고 그 어깨를 밀치듯 놓자 샤워 부스 쪽으로 그녀의 몸이 움직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재빨리 가연이 옷을 벗었다. 몸에 딱 달라붙는 승마 바지를 벗을 때 그의 시선이 무심하게 자신을 훑는 게 느껴졌다. 여전히 아래를 바짝 세우고 성욕이라곤 없는 표정으로 자신을 보는 얼굴. 그의 얼굴과 페니스, 둘 중 어느 쪽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다.

連載情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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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IDI
RIDI2017/03/01
  • 現在の作品사냥의 계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