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나 지금 너한테 비는 거야. 섹스하고 싶다고.”
<유나은>
20대 중반. 문란하게 놀고 싶은 건 아니지만, 이 나이 되도록 키스 한 번 못 했다는 사실에 짜증이 치밀었다.
상대가 없으면 이해라도 하지. 상대는 내내 눈앞에 있었다.
그런데 7년 동안 딱 한 번, 군대 가기 직전에 손잡은 게 전부라니.
이만 헤어져! 라고 외치고 싶은데.
그렇게 말하는 것도 우스웠다.
사귄 적이 있어야 헤어지든 말든 할 게 아닌가.
“강규원. 우리 대체 언제 사귀고, 언제 손잡고, 언제 키스할 건데?”
<강규원>
좋아하는 여자가 키스하고 싶다 말하는 걸 듣고 태연할 수 있는 남자가 세상에 존재하긴 할까.
시험을 제대로 칠 수나 있을지 두려워졌다. 한 번 키스하고 나면, 혹시나. 몸을 섞기라도 하면. 거기에 완전히 푹 빠질 것 같은데.
규원이 아무리 노력해도 나은이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내내 유나은과 야한 짓을 하는 상상만 하게 된다.
그의 인생에 고난과 역경이 있다면,
그건 분명 유나은의 모습을 하고 있을 게 분명했다.
* * *
“첫 키스를 한 날이랑 첫 경험을 한 날이 같으면, 기억하기도 쉽잖아.”
기억해서 뭐 할 건데…?
그 말이 나은의 혀끝까지 올라왔다. 매년 ‘우리 첫 키스, 첫 섹스 기념일이야’ 하면서 케이크라도 자를 생각인가?
나은의 입술 사이로 어이없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참으라면 참겠지만. 참기 힘들긴 했거든.”
규원이 고개를 숙여 나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커다란 손이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 규원이 열이 올라 따끈해진 나은의 손바닥에 입술을 꾹 눌렀다.
“나 지금 너한테 비는 거야. 섹스하고 싶다고.”
.
.
.
그래. 강규원은 또라이였지.
나은은 침대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채 산처럼 쌓여 있는 박스를 쳐다봤다.
분명 아까 전에 야릇한 분위기가 되지 않았었나? 100퍼센트 키스할 줄 알았는데.
규원은 기뻐, 라고 말하더니 벌떡 일어섰다. 그러곤 나은을 침대로 이끌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미국 영화에서 보듯이 막 격렬하게 키스하면서 정신없이 옷을 벗기고 침대에 풀썩 쓰러질까?
아니면 첫 경험답게 둘 다 수줍어하면서 가볍게 입을 맞추다가 어색해하면서 옷을 벗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나은을 침대 가운데에 앉힌 남자는 갑자기 옷장에서 커다란 가방을 가져왔다. 들고 오는 걸 본 적이 없으니, 카드키를 받을 때 미리 갖다 둔 게 분명했다.
나은과 서너 뼘 정도 떨어진 곳에 앉은 규원이 배시시 웃으면서 가방에 든 것을 침대 가운데에 와르르 쏟았다.
콘돔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