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 와장창! 요란한 소리가 밤의 적막을 깨뜨렸다. 이어 험악한 남자의 목소리가 뒤를 따랐다. “이년이 지금 누굴 엿 먹이려고 지랄이야! 너! 내가 오늘까지라고 했어, 안 했어!” “이러지 말아요! 솔직히 딱 까놓고 그 돈, 내가 빌린 것도 아니잖아요!” 다미가 눈을 부릅뜨고서 남자에게 대들었다.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면 마지막 발악이라도 하고 싶었다. 이대로는 정말 억울하고 분해서 죽는다고 해도 눈을 감을 수가 없었다. 돈을 안 갚으려는 게 아니었다. 때려죽인다고 해도 없는 돈을 어떻게 무슨 수로 갚는다는 말인가. 더구나 그녀가 빌린 것도 아니었다. 빌려 달라고 입을 뗀 적도 없었다. 얼씨구나, 하고 돈을 빌려 준 것은 바로 그들이었다. “네년이 보증서에 도장 찍었잖아! 그래 놓고서 왜 발뺌이야!” “당신들이 죽인다고 협박하면서 강제로 찍게 했잖아요!” 다미가 목에 핏대까지 올리면서 씩씩거렸다. 집으로 쳐들어와 온갖 협박을 다 하면서 강제로 도장을 찍게 했다. 그래 놓고서 툭 하면 돈 안 갚는다고 일하는 곳으로 찾아와 행패를 부려서 쫓겨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뿐인가. 사장이 기물 파손에 영업 못 한 손해 배상까지 요구하는 바람에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또 빌어서 받을 월급으로 겨우겨우 무마하곤 했다. 오늘도 눈물 바람을 하며 손이 발이 되게 빌고 또 빌어야 할 판이었다. 그렇다고 일이 해결될 것 같지도 않지만. “이년이 이게 미쳤나. 어디서 개구라를 쳐! 네가 갚기 싫으면 돈 빌려 간 년 내놔! 그럼 될 거 아니야! 그년 어디 있어!” 다미는 기가 막혀서 말문이 막혔다. 어디로 숨어 버렸는지 알 수도 없는 사람을 내놓으라니. 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었다. 아니, 어디에 있는지 알기라도 한다면 이런 수모를 당하기 전에 그녀가 먼저 머리채를 잡아, 끌고 왔을 것이다. 그들보다 그녀가 더 간절하게 만나기를 바라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요. 돈 받을 사람이 찾아야지. 그거 당신들 전문이잖아요!” “콱! 이게 어디서 뚫린 입이라고 따닥따닥 말대꾸야. 죽으려고!” 얼굴에 칼자국이 있는 조민철이 불쑥 다가오더니 때리려는 듯 손을 치켜들었다. 그런 식으로 협박하면 나 죽었소, 하고 겁에 질려서 납작 엎드릴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그런 협박에는 이제 이골이 난 다미라, 악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