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 생각 없이 걷다 도착한 곳을 확인한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길 내가 왜……. 또 왜……. 혜윤은 이젠 남의 집이 된 집 앞에 걸음을 멈추고 환하게 불을 밝힌 저택을 바라보았다. 2층, 그녀가 쓰던 방만 불이 꺼져 있었다. “거기 누구요?” 여기서 헤맬 게 아니라 원룸으로 돌아가 씻고 자는 것이 현명하다. 빈털터리에 고아가 된 자신을 위해 작은집에서 구해 준 작은 원룸. 그곳을 가다 잘못 내렸다고 스스로 변명하기에는 원룸이 이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가씨 오십니까?” 끽. 힘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뒤로 급하게 밟는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멈춘 차에서 사람이 내린 듯 바닥을 딛는 예리한 굽 소리가 날카롭게 골목을 울렸다. 소리 탓일까. 강의실에서 그녀의 손등을 짓밟았던 유진의 뾰족한 구두가 떠올랐다. 혜윤은 여전히 부어 있는 제 손등을 가만히 매만졌다.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면서도 골목 모퉁이에 숨은 후 뒤를 돌아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