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생각 없이 걷다 도착한 곳을 확인한 그녀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길 내가 왜……. 또 왜…….
혜윤은 이젠 남의 집이 된 집 앞에 걸음을 멈추고 환하게 불을 밝힌 저택을 바라보았다. 2층, 그녀가 쓰던 방만 불이 꺼져 있었다.
“거기 누구요?”
여기서 헤맬 게 아니라 원룸으로 돌아가 씻고 자는 것이 현명하다. 빈털터리에 고아가 된 자신을 위해 작은집에서 구해 준 작은 원룸. 그곳을 가다 잘못 내렸다고 스스로 변명하기에는 원룸이 이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었다.
“아가씨 오십니까?”
끽.
힘없이 돌아서는 그녀의 뒤로 급하게 밟는 브레이크 소리가 들렸다. 멈춘 차에서 사람이 내린 듯 바닥을 딛는 예리한 굽 소리가 날카롭게 골목을 울렸다. 소리 탓일까. 강의실에서 그녀의 손등을 짓밟았던 유진의 뾰족한 구두가 떠올랐다. 혜윤은 여전히 부어 있는 제 손등을 가만히 매만졌다. 누구도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줄 알면서도 골목 모퉁이에 숨은 후 뒤를 돌아보았다.
그녀를 경계하던 아저씨는 유진이 건네는 차키를 공손히 받아 들었다. 허벅지에서 찰랑대는 스커트를 입고 집으로 들어가는 유진의 모습은 걱정이라고는 하나도 없는 모습이었다. 예전에 자신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기분이 묘했다.
“어떻게 하루아침에 사람 인생이 이렇게까지 바뀌지? 이게 정말 가능해?”
내내 의심을 품었던 의혹이 말이 되어 흘러나왔다. 지방 한적한 요양원에서 눈을 뜬 순간 그녀의 세상은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사고를 당했다고 하는데 그녀는 전혀 기억이 없었다.
“어떻게 한순간에 다 작은집의 것이 될 수 있냐고.”
혜윤은 억울했고, 화가 났다.
부모님의 죽음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바보. 돌아가신 분들이 남긴 것을 똑바로 지키지 못해 이 지경을 만든 멍청이. 선심 쓰듯 허름한 원룸을 마련해 주는 작은집 식구들에게 고맙다고 비굴하게 인사를 하던 등신. 그게 바로 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