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시선이 맞닿은 순간, 그도 내게 반했다고 믿었다.
"……페리아?"
그가 나를 보며 다른 여자의 이름을 부르기 전까지는.
***
“제가 다튼 영애의 대용이 되어드리겠습니다.”
“……지금 뭐라고 했습니까?”
“다튼 영애의 대용이 되어드리겠다고요. 함께 수도로 갈게요.”
빚을 갚겠다는 핑계로, 첫눈에 반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인의 대역이 됐다.
온전히 내 발로, 그의 덫으로 들어갔다.
그게 나의 지옥이 될 줄도 모르고.
***
"우리 결혼할래?"
"……네?"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면, 나도 누군가를 다시 사랑할 수 있을지 모르잖아."
지독하게 달콤한 개소리였다.
끔찍하게 잔인한 헛소리기도 했다.
"네. 결혼해요, 우리."
그런데 우습게도, 난 그 청혼을 거절하지 못했다.
***
하루하루 살아갈수록 이상했다.
왜 나와 그녀는 똑같이 그림을 그리고, 왜 나와 그녀는 똑같이 물을 무서워할까.
분명 다른 사람인 우리가 이토록 비슷한 게 과연 우연일까.
우연이라면,
그는 과연 누구를 사랑하는 걸까.
그가 말하는 페리아는 대체 누구일까.
그래서 나는 그를 떠나기로 결심했다.
그의 지긋지긋한 인형놀이가 무엇을 위함인지 알기 위해서.
“우리 이혼해요.”
“……뭐?”
“이혼해줘요, 디미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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