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난, 누나 말 잘 들어. 누나가 하라는 대로 할 거야. 누나가 다른 여자 만나서 행복하라고 하면, 정말 행복한 척할 거야. 누나 앞에서 그 여자를 내 품에 안고 더없이 행복하게 웃을 거야.” 정아진의 말이 제 가슴에 박혀 나가지 않는다. 그녀의 말이라면 복종하고 말았다. 그녀의 사랑한다는 말까지도, 헤어지자는 말까지도 말이다. - 차준영 “네가 어떻게 해도, 나는 너 미워 못해. 오랫동안 너 혼자 가슴 아프게 하고, 기다리게 하고……그랬는데, 내가 널 어떻게 미워해. 난 못해.” 4살이나 어린 꼬꼬마 차준영의 모든 걸 사랑하고 말았다. 그의 옆에서 행복해지고 싶다. 행복해도 될까? - 정아진 -본문 중에서- “11년이야.” 준영의 시야에서 사라지려는 아진을 세우기 위해 준영은 입을 열었다. 준영의 말에 의미를 몰라 잠시 주춤했지만, 뒤돌아보지 않았다. “11년 됐어. 누나가 나에게 여자인 것이…….” 준영의 말에 아진은 너무도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11년이나 참았는데, 이렇게 고백하려고 참았던 게 아니었는데…….” 준영은 뒤돌아 서 있는 아진을 돌려세워 손을 끌어 잡고는 제 심장 언저리에 아진의 손을 얻고 고해성사를 하듯 고백을 했다. ‘쿵쾅, 쿵쾅, 쿵쾅.’ 사람의 심장 소리가 이렇게 클 리가 없는데, 사람의 심장이 이렇게 빠르게 뛸 리가 없는데, 아진의 손바닥에 전해지는 준영의 심장이 곧 터져 버릴 것처럼 뛰고 있었다. “사랑해. 정아진을 여자로 사랑해. 그러지 말라고 하지 마. 나도 알아. 누나한테 나는 그냥 꼬꼬마 차준영인 거. 그런데 나도 안 된다고, 젠장! 나도 그냥 동생이고 싶은데, 그게 안 돼. 그래서 미칠 것 같아. 보면 여기가 뛰어. 뛰고 있는, 내 심장이 느껴져?” 아진은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해가 뉘엿뉘엿 진 석양에 비친 준영의 구릿빛 피부가 그를 어른스럽게 보이게 했던 것일까? 아니면 준영의 심장이 정말 터져 버리기라도 하려는 듯 뛰어서일까? 그것도 아니면 준영의 눈에 그렁하게 맺혀 버린 눈물 때문이었을까? 그 순간 처음으로 이 녀석이 남자로 보였다. 뚜렷하고 시원하게 생긴 이목구비, 까맣고 맑은 눈, 그리고 좀 전에 자신의 입술을 덴 것처럼 헤집어 놓던 준영의 입술로 시선이 향하자 아진의 심장이 제멋대로 두근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언제 이렇게 남자로 자랐던 것인지, 어제까지만 해도, 아니 좀 전까지만 해도 어린아이처럼 보였던 준영이 갑자기 달라 보였다. 11년을 좋아했다니, 아니 사랑했다고 했던가? 사랑이라니, 어리다고 생각했었는데, 심장을 뚫고 들어 올 것 같은 눈빛과 자신의 손에 전해지는 준영의 심장 박동 때문에, 아진마저 심장이 두근거리는 것 같았다. [미리보기] 준영이 아진의 팔을 잡아 돌려세워 무작정 아진의 입술을 덮쳐 왔다. 놀라 눈을 동그랗게 뜨던 아진은 두 팔로 준영의 가슴을 밀쳐냈다. 마음과 다르게 아진은 준영을 밀쳐냈다. 조금 전의 자신의 다짐과 바람을 뒤로하고 모든 것을 이겨낼 자신이 없어진 것이다. 하지만 준영은 격렬하게 거부하는 아진의 몸을 더욱 옭아맸다. 아진의 입술에서 자신의 입술을 걷어냈지만 커다란 제품에 더욱 파묻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했다. “왜, 왜? 싫다면서 울고 있어? 아니라면서 다른 여자 들이밀고는 혼자 울려고 여기 와 있냐고! 사람 가슴 아프게!” “안 울었어. 안 울었다고!” “거짓말. 누나, 울고 있었잖아. 거짓말하지 말고 말해. 나 정말 다른 여자 만나? 내 가슴에 누나 품고 다른 여자 만날까? 그럴까? 나 그럴 수 있어. 남자거든. 어때? 그러기를 원해?” “그래. 만나.” 준영이 아진을 제 품에서 놓아주었다. 아진의 눈을 정면으로 응시했다. 자꾸만 고개를 돌려 버리는 아진의 고개를 손을 끌어 제 눈을 응시하게 했다. “정말? 정말 만나? 정말 그럴까?” “응.” “나, 그럴 수 있어. 누나 11년 동안 사랑하면서도 누나한테 안 들켰잖아. 나 그 여자한테도 안 들킬 자신 있어. 사랑하면서 사랑하지 않는 척이 더 힘들까? 사랑하지 않으면서 사랑하는 척이 더 힘들까? 그런데 난 자신 있어. 누나만 멀리서라도 볼 수 있으면 나 할 수 있어. 그래서 나는 누나 앞에서 내 여자가 될 사람을 사랑하는 척할 거야. 누나 앞에서 누나한테 했던 모든 걸 할 거야. 누나에게 하듯이 그 여자에게 하고 살 거야.” “…….” “난, 누나 말 잘 들어. 누나가 하라는 대로 할 거야. 누나가 다른 여자 만나서 행복하라고 하면, 정말 행복한 척할 거야. 누나 앞에서 그 여자를 내 품에 안고 더없이 행복하게 웃을 거야.” 아진의 두 눈에 눈물이 후드득 떨어졌다. 하지만 준영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아니 할 수가 없었다. 지금 아진을 놓치면 아진의 진심을 죽는 순간까지 들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지금 말해. 어떻게 할까? 나, 가?” 아진은 고개를 돌려 버렸다. 끝까지 도망칠 모양이다. 준영의 두 눈에 눈물이 스미었다. 준영이 허탈하게 웃으며 뒤돌아섰다. 그 순간 아진의 팔이 준영의 팔을 잡아챘다. “발리에서 했던 말 기억해?” “뭐?” “널 이용해도 좋고, 다른 사람 만나도 좋다고 하지만 넌 내 옆에 있겠다는 말 여전히 유효해?” “응.” “영원히. 죽을 때까지?” “응. 영원히. 죽을 때까지.” “그럼, 가지 마.” 준영은 아진의 말에 천천히 뒤돌아 다시 제 품에 아진을 안았다. 울고 있는 아진의 등을 쓸어내렸다. 가지 말라는 그 한마디가 준영에게 사랑한다고 들렸다. 다른 말들에 의미를 두지 않았다. 미치지 않고서야, 그 한마디가 이렇게 달콤하게 들리다니. 하지만 어렵게 끌어낸 그 한마디가 준영은 소중했다. “응. 안 가. 나, 누나 말 정말 잘 듣거든.” 그렇게 한참 동안 준영은 아진을 제 품에 안고 놓아주지 않았다. 처음으로 도망만 치던 아진이 제 앞으로 한 걸음 내디뎠다. 준영은 그 걸음에 보조를 맞출 것이다. 혼자 내딛던 걸음이 너무 앞서 여기서 질주라도 할라치면 그녀가 또다시 도망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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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2015/01/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