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술에 취하는 건가.
아님 술에 혹하는 건가.
왜 당신이, 이렇듯 눈에 박히는 건가.
“내가 도와주면, 그 글 쓸 수 있는 건가?”
“응? 글? 아……. 근데 여기서 왜 도움이라는 말이 나와? 계약 이행이지.”
“내가 당신에게 사랑을 느끼게 하면, 통쾌하게 복수할 수 있는 거냐고. 당신도 좀…… 행복해지고?”
“그건 모르지. 그냥 해보는 거지. 내 인생이 원래 그랬어. 보장하는 거 하나 없고, 확실한 거 하나 없고. 뒤로 물러설 수도, 앞으로 갈 수도. 사람들은 보이는 걸 믿잖아. 잘나가는 지수정 작가…… 다들 그렇게 부르곤 뒤에선 씹기 바쁘지. 잘나가는 건 맞는데 가진 건 별로 없어. 어때? 붙어먹기 참 안 좋은 조건이지?”
그는 다시 피식 웃었다. 술잔을 빙빙 돌리며 생각에 잠긴 그의 얼굴이 소년처럼 해사하고 예뻤다.
수정은 그의 옆 얼굴선을 홅다가 문득 예전 이 거실에서 나누었던 키스를 떠올렸다.
화끈, 얼굴이 달아오르고 황급히 시선을 피했다. 뭐야, 이 새삼스러운 감정은.
#코믹 로맨스
#계약
#연상연하
[미리보기]
“그 글, 내가 쓰게 해줄게.”
“뭐?”
수정은 너무 놀란 나머지 그의 손목을 꽉 붙들었다. 그 순간, 그가 와락 붉은 입술을 끌어당기고 수정의 얼굴을 끌어당겨 코앞에 놓았다. 더 놀란 수정의 눈이 크고 둥그레졌다. 입술이 부딪칠까 봐 조심조심 눈동자만 끌어 올려 이리저리 그를 살피고 물었다.
“너……, 취했어?”
“아니. ……아, 조금.”
“그래서 도와주겠다는 거야?”
“그래, 도와주는 거지, 계약 이행이 아니야.”
“어쨌든……. 왜 맘을 또 돌렸냐고. 너 가만 보면 고장 난 신호등 같아. 빨간불, 파란불, 건너야 할지 말지 모르겠다고.”
“훗.”
정우는 그녀가 귀엽다는 듯, 웃고는 뺨을 감싸 쥔 손에 힘을 꽉 주었다. 이마를 부딪치고 코가 닿고 입술은 비스듬히 비켜 있었다.
“당신 작가 맞아. 말이 안 되는 얘길, 말이 되게 만드는.”
“그게 무슨 말이야? 응? ……그게 무슨!”
눈을 보고 답을 들으려고, 그를 밀어냈지만 그가 더 꽉 잡아당겼다. 흔들리고 있는 수정의 눈동자에 대고 말했다.
“그리고 그 말도 맞아. 고장 났어. 나 고장 났다고.”
“빙 돌리지 말고 똑바로 해. 내일 또 말 바꾸지 말고. 그 눈도 내일 되면 전광판 바뀌듯 확 바뀌어 있을 거면서!”
그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데 도통 그가 말이 없었다. 그저 그의 눈에서 전에는 느낄 수 없던 빛이 감도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뭔가…… 완전히 새로운 빛.
“대답은 당신이 해야지.”
“무슨 대답.”
“난 고장 났으니까 당신이 말해, 빨간불인지, 파란불인지.”
일순 수정의 눈에서 한 줄기 희망의 빛이 쏘아졌다.
“난 당연히!”
그때 그의 입술이 다가들었다. 입술을 먹어 버리듯 삼켜 놓고서 혀로 입술을 갈랐다. 연한 살결을 따라 들어가 부드럽게 그녀의 혀를 감았다. 키스……, 분명 전력이 있던 그것인데 이번엔 차원이 달랐다. 동의를 구하며 다가오는 영혼이 가득 담긴 인사말 같은 거였다. 거기에 전언이 따라붙었다. 나는 지금 최대한 당신에게 다가가고 있어, 이제 내가 경계선을 넘어갈 거야. 당신의 그 말도 안 되는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