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세상에서 가장 축복받은 신부인 줄 알았다.
꽃과 레이스와 조명으로 치장한 휘황하고 찬란한 결혼식. 신랑 신부의 얼굴에서 행복의 미소가 떠나지 않는 성대하고 장중한 결혼식. 그래서 누구나 부러워할 완전하고 완벽한 결혼식. 바로 그 결혼식의 주인공이었으니까.
그런데.
“신혼여행 혼자 가.”
잘못 들은 줄 알았다.
“난 결혼식만 필요해.”
“이유는요?”
“그 여자에게 보여주고 싶었어.”
결국 성연은 짐을 챙겨 떠난다. 예정된 신혼여행지가 아닌 다른 곳으로.
또 그런데.
“같이 가.”
성연을 소박 놓은 홍이 나타나 미친 소리를 한다.
“싫어요.”
“그럼 나도 안 가.”
하지만 기록적인 폭설에 한 공간에 갇히게 되는데.
#시대물 제목이지만 시대물 아님 주의
#사연이 없을 수 없는 조합, 재혼남과 초혼녀
#너는 정말 나쁜 놈이세요!
#혼자 갈 뻔한 신혼여행
#충격의 변심, 밝혀지는 본심, 마침내 방심
[미리보기]
홍의 목소리가 조금 높아졌다.
“그래. 아무래도 그런 거 같다. 나 지금, 내가 판 함정에 내가 빠진 기분이라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거든. 이렇게 해보고 저렇게 해봐도 풀리는 거 하나 없이 계속 꼬이고 엉켜서 돌아버릴 것 같거든. 그러니 미치지. 어떻게 안 미쳐!”
“지금 화내시는 거예요?”
“그래. 화내는 거야.”
갑자기 열이 치올랐다.
“나 자신이 등신, 머저리, 쪼다 같아서 화나고, 37년을 헛살았다는 게 절감돼서 화나. 내 머릿속에 들어있던 생각들이 똥에 불과해서 화나고, 그걸 말끔하게 치우지 못하는 무기력함이 화나. 너한테 터럭만큼도 이해를 못 받아서 화나고, 그게 오로지 다 내 탓이라서 화나.”
말이 술술 나갔다.
“네가 사라지기 전까지 어떻게든 잘될 거라고 믿었던 근자감이 화나고, 미친 듯이 쫓아와서 한다는 일이 고작 눈이나 치우는 거라서 화나. 너 안고 온몸으로 비비고 싶은데 못 해서 화나고, 이런 내 마음이 욕구불만으로 치부될 게 분명하다는 사실이 화나.”
열기에 열기가 덧입혀지면서 말이 뜨거워졌다.
“너 이전에 나혜준이 존재했다는 사실이 화나고, 너 이후에도 완전히 못 버리고 매달려 있었다는 사실이 화나. 욕망에 불과했던 감정을 세상에 둘도 없는 사랑인 줄 알았던 착각이 화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 못 하고 구질구질하게 굴었던 스스로가 화나. 고작 후회한다는 메시지 하나 받겠다고 지랄 발광했던 시간이 화나고, 그것 때문에 너한테…….”
가슴이 마구 들썩였다. 그러다 뭔가 한풀 꺾이면서 맥이 스르르 빠져나갔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버렸다. 그러곤 혼잣말하듯이 중얼거렸다.
“화나. 화가 나서 죽을 것 같아. 이 화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 나혜준이 외도한다는 걸 알았을 때도 미친 듯이 화났었지만, 지금에 비하면 그건 별거 아니었어. 너 앞에 두고 아무것도 못 해서 폭발하는 지금의 화에 비하면 그건 그냥 콧바람에 불과했어.”
홍이 마룻바닥에 스르르 엎드렸다.
“화나. 화가 나서 몸이 터질 거 같아. 차라리 몸이 찢기는 게 낫겠어. 참을 수 없이 화나.”
작가소개
허도윤
사랑을 믿지 않지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건 사랑뿐이라는 걸 인정하게 되면서, 사랑 이야기에 천착하고 있다.
특히 사랑을 통해 상처가 치유되는 과정에 집중하고 있다. 그것이 사랑의 역할이라고 믿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