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자고 갈래?”
오뚝한 콧날과 말랑해 보이는 입술을 훔쳐보았다.
미끈한 목에 툭 불거진 성대를 만져보고 싶었다. 티셔츠 위로 드러난 판판한 가슴도 꾹 눌러보고 싶어졌다. 모두 내게는 없는 것들이었다.
머리카락을 넘겨주던 규하의 손등이 내 목덜미를 슬며시 스치고 지나갔다. 현관문 앞에 마주 선 우리는 신발도 벗지 않고 정신없이 입을 맞추었다. 스커트 밑단을 들추고 올라온 그의 손이 배꼽 주변을 배회하다 할딱이는 가슴으로 옮겨왔다.
그 뒤부터는 잘 기억이 나질 않았다. 정신을 차려보니 내가 신발장 위에 올라가 있었고, 그 애의 몸이 흔들릴 때마다 허공으로 들린 내 블랙 워커도 그 리듬에 맞춰 흔들리고 있었다.
모서리를 세게 쥐고 있던 내 손이 규하의 목을 휘감았다. 양쪽 다리를 그 애의 허리에 두르자마자 몸이 연결된 채로 하얀 벽에 밀어 붙여졌다.
오직 그 애가 찍어 올리는 힘으로 내 몸이 높아졌다 낮아졌다를 반복했다. 마치 시소를 타는 것처럼, 꽉 맞물린 은밀한 곳을 기점으로 하늘과 땅을 아찔하게 오갔다.
선명한 무지개를 보았다. 그 애의 손짓과 몸짓만으로 나는 새빨갛게 달아올랐고 주황색으로 희번덕거렸으며 보랏빛의 열락에 빠져 허우적댔다.
“아직도 우리 친구 사이야?”
“아니.”
나지막한 그 대답이 내겐 최고의 전희였고 오르가슴의 극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