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서지란.
상처투성이의 영혼을 가진 여자.
이강우.
그런 여자에게 마음을 뺏긴 남자.
-본문 중에서-
“원하시는 게 있습니까?”
강우의 말에 지란이 움찔 몸을 떨었다. 그런 지란을 강우가 신중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글쎄요. 지금은 생각나는 게 없네요.”
저 그런 여자 아니에요. 따위의 대사는 너무 진부할 것이다. 지란은 자신의 대답이 무난했다고 생각했다. 상대는 여자가 필요해서 자신은 최우석에게서 도망가기 위해서. 목적이 있는 만큼 서로 큰 상처 없이, 아니 아무 상처 없이 좋게 시작하고 좋게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사님은 제게 원하시는 게 있나요?”
순간 강우의 눈이 흠칫 커졌다. 욕망을 자극하는 말로 들은 자신이 우스웠다.
“아, 순간 오해해서요. 물론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육체적인 관계를 암시하는 말에 지란이 얼굴을 붉혔다. 그렇게 들릴 수 있었겠다 싶었다.
“우리의 만남이 결혼이 전제가 아니라는 것 한 가지만 말해 두고 싶습니다.”
“알겠습니다. 당연하죠.”
지란이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기분 좋은 말은 아니었다. 너의 가치는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 소리니까. 그래, 부끄러웠다고 해야겠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에 지란이 말했다.
“제가 원하는 걸 말씀드릴게요. 이사님.”
“그냥 이름을 불러 주십시오.”
“예. ……강우 씨.”
강우의 입가에 살짝 미소가 감돌다 사라졌다. 지란이 말했다.
“저는 이 만남이 반드시 육 개월이 넘지 않았으면 합니다.”
“왜죠?”
“그때쯤 뭔가 할 일이 생길 것 같아서요. 물론 그 전에라도 언제든지 이사님, 아, 강우 씨 사정에 따라 중단할 수도 있고요.”
“중단이라. 상당히 사무적으로 들리는군요. 그러니까 이 만남은 육 개월이 넘지 않는 한도 내에서 제 마음대로 헤어지는 시기를 정할 수 있는 거군요?”
“예.”
“좋습니다. 그럼 전 아름다운 여배우를 얻었습니다. 당신은 제게서 무얼 가져가시겠습니까?”
지란도 멋진 남자를 얻은 것에 만족한다고 말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뭔가 흑심이 있는 말로 들릴 것 같았다. 결혼해 주지 않아도 된다고 떠들다가 사랑 운운하며 매달릴 것 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