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동주는 손을 쉬지 않으며 입을 꾹 다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금방이라도 눈물이 새어 나올 것 같아서였다. 자신의 죽음을 예견한 듯 외조모는 종종 자신이 죽고 난 뒤의 일을 일러 주곤 했다.
“동주야.”
“…….”
“입은 뒀다 국 끓여 먹을 끼가?”
“와.”
“니가 누꼬?”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이쁜 할매 손녀다.”
“잘 아네.”
퉁명스러운 외손녀의 대답에 예천댁의 주름진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번졌다. 그것도 잠시 기침이 거세지자 외조모와 손녀의 대화가 중단되었다. 잠시 시간이 지나 예천댁이 말을 이어갔다.
“동주야.”
“할매 힘든데 말하지 마라.”
“할매는 죽는 건 한나도 겁이 안 나는데 그보다도 무서운 게 있다. 그게 뭔지 아나?”
“뭔데?”
동주가 말린다고 해서 그만둘 외조모가 아니었기에 동주는 체념하며 대답을 했다. 세상의 풍파에 시달린 거칠고 주름진 손이 동주의 손을 쥐었다.
“니를 혼자 두고 가는 기다. 저승에 가면 니 어매도 보고 할배도 보고 반가울 낀데 니를 혼자 두고 가는 기 내가 가면서도 눈이 안 감길 것 같다.”
“가긴 어딜 가노! 나도 할매 따라갈 기다.”
“어딜 따라 오노? 넌 안직 멀었다.”
“모른다. 난 저승까지라도 할매 치마 붙들고 따라갈기다.”
(중략)
예천댁은 서럽게 우는 손녀딸을 다독였다. 자신도 데려가라는 외손녀의 말에 아까처럼 화를 내지 않은 것은 동주의 울음이 외조모의 임종이 얼마 남지 않아 이제 헤어져야 하는 현실을 서서히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예천댁이 알아서였다. 한층 자애로운 표정과 목소리로 예천댁이 외손녀에게 다짐을 받았다. 그래야 죽은 딸애에게도 남편에게도 면목이 설 것 같았다.
(중략)
처음엔 도둑인가 생각이 들다가 도둑이 저렇게 느긋하게 남의 집을 감상하지는 않을 거란 생각에 저녁에 본 그 외국인을 떠올렸다. 거무스름한 형체가 뒤를 돌았다. 동주는 깜짝 놀라 제 입을 손으로 가리며 등받이 의자에 몸을 숨겼다. 남자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