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대륙의 남녘에 위치한 작디작은 나라 연월.
그곳 목씨 왕조에 대대로 전해지는 여신의 축복엔 재액이 존재한다.
재액을 받는 액받이로서 어려서부터 신궁에서 자란 보윤은,
어느 날 달이 숨을 만큼 화려한 외양의 사내를 마주친다.
신분이나 나이, 출신 그 무엇도 알려 주지 않는 의뭉스러운 사내, ‘현원’.
그는 이상하게도, 모두 하찮게 대하는 보윤에게 관심을 보이며 상냥하게 군다.
타인의 다정을 한 번도 받은 적 없는 보윤은 가랑비에 젖어 들듯 그에게 속절없이 빠져드는데….
* * *
“내일은 꼭 낮것상을 받고 나오렴. 처음 보았던 복사나무 아래에서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내, 내일요?”
“그래, 내일. 네가 바란다면 모레와 글피도, 어쩌면 그 이상도 가능할 거다. 탄신연이 열리는 동안 마땅히 할 게 없으니 나와 놀아 준다고 생각하렴.”
시릴 만큼 푸르던 하늘을 온난하게 물들인 노을을 등진 그가 찬란하게 빛났다.
“내, 내일….”
볼 수 있다. 그를. 내일, 모레, 글피까지. 혹은 그 이상도.
보윤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일직선으로 관통하는 듯한 고양감에 잘게 떨다 꾸벅 고개 숙여 인사했다.
아까와 달리 걸음이 무겁게 늘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달음박질칠 수 있을 것처럼 가뿐했다.
내일. 빨리 내일이 오면 좋겠다. 불현듯 든 생각에 보윤의 입매가 자연스럽게 풀어졌다.
스무 해가 넘는 시간을 살아오며 처음 겪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