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아주 어린 시절 제 마음을 자각한 후, 오매불망 태영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은호.
아역 배우로 데뷔했다가 배역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고 트라우마로 연기조차 내려놨던 태영의 재기를 누구보다 기뻐한 것도,
그의 새로운 연기 도전에 물심양면 지원을 한 것도 오직 은호뿐이었다.
숨을 쉬는 것처럼 너무나도 당연한 은호와의 우정이었기에,
같이 연기 연습을 하던 중 맞닿은 그의 입술과 이후로 느껴지는 감정이 낯설고 무서운 태영이었다.
어떻게든 되돌리려 해 보았지만 한번 자각한 마음은 멈출 줄을 모른 채 가속하고,
이대로라면 은호를 잃을 것이란 두려움이 완전히 태영을 집어삼키기 시작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태영은 몰랐다. 은호가 저보다 더 오래, 저 집요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자신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태도에 은호의 안에서도 평생 켜질 거라 생각 못 했던 희망의 불씨가 희미하게 타오르기 시작했다는 것을.
* 본문발췌
돌연 태영의 목소리가 줄어들었다. 안아 달라는 대사에 순간 이성이 휘발된 은호가 그대로 태영의 입술에 제 입술을 맞붙였기 때문이었다. 대사를 미처 끝내지 못한 태영의 눈매가 곧 크게 벌어졌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이 상황을 아직 명확하게 인지하지 못한 탓이었다. 태영은 순간적으로 다가오는 은호의 얼굴에 반사적으로 눈을 깜빡였다.
그 순간은 아주 찰나였지만 그의 각막에 마치 슬로우 모션 필터를 끼우기라도 한 것처럼 느리게만 보였다. 그래서 눈을 감았다 떴을 때도 은호의 감은 눈이 왜 이렇게 가깝게 보이는 건지, 왜 제 코끝에 은호의 코끝이 닿은 건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 입술에서 느껴지는 따뜻한 온기와 부드럽고도 말캉한 촉감에 지금 이 상황이 뇌에 명확히 입력됐다. 자신이 지금 은호와 입을 맞췄다는 걸.
지금 이게 무슨……? 당황한 태영이 입술을 떼려고 할 때였다. 탁! 소리가 귓속을 치고 들어오며 어깨에 약간의 둔통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태영의 상체가 뒤로 밀려났다. 은호가 태영을 밀친 거였다.
정신이 없어 흔들리던 시선을 올리자 은호가 놀란 눈을 한 채 손으로 자신의 하관을 가리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충격이 선연한 눈빛이었다.
태영은 잠시 멍청하게 은호를 쳐다봤다. 지금 이게 무슨 상황인지 쉽사리 이해가 되질 않았다. 먼저 입을 맞춘 건 현은호인데, 왜 지가 당한 것처럼 저렇게 놀라 자빠질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얼어 있는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