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소원을 빈 스무살 여름, 내 몸에 다른 차원의 존재가 빙의했다.
그가 남기고 간 흔적을 돌이키고 나서야 알았다.
사랑받지 못했던 건 내가 리리엘 웨커였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더 이상 사랑받고 싶지 않았다.
* * * * *
"자, 잘못했어요."
서늘해 보이는 눈빛에 허리부터 숙였다.
"제가, 대공 전하 딸기를 먹었어요!"
높이가 낮아진 어깨가 바들바들 떨렸다. 거의 울먹거리던 리리엘은 한참동안 돌아오는 대답이 없자 슬쩍 얼굴을 들었다. 눈 앞에서 새하얀 검날이 반짝였다.
어…. 검이네?
두려움보다는 어리둥절한 눈망울에 카시우스는 조금 심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앞으로 이유 없이 사과 하지마."
"이유, 있는데요..."
딸기 먹었는데.
"하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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