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생각지도 않은 우스운 결말이네요.”
결말.
내리깐 이현의 눈꺼풀이 움찔거렸다. 아무런 미련도 없다는 듯 말하는 그녀의 심정이 잠자코 웅크리고 있던 차가운 심장을 자극했다.
“결말을 생각하고 있었나? 잘 맞는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군.”
“…….”
입가로 잔을 가져다대는 이현을 보면서 채원은 말없이 옆에 놓아두었던 클러치 백을 손에 쥐었다.
이곳은 초대장 없이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상류사회의 일원이라고 스스로 자부할 수 있는 이들만이 득의양양한 모습으로 설 수 있는 곳. 그녀 역시 생물학적 아버지의 배경으로 억지로 들어온 자리.
이런 곳에 민이현이 있다는 건, 결국 그 역시 이 집단의 일원이라는 것을 뜻했다. 더불어 끊임없이 쑥덕거리는 여자들의 재잘거림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알았을 테다.
“변한 게 없다고 생각되면 언제든지 연락해. 우리 관계는 유효할 테니까.”
그녀가 몸을 돌려 막 한 발을 때려던 그때, 이현에게서는 조금 전 마신 와인의 맛처럼 풍부한 저음이 흘러나왔다.
그를 향해 몸을 돌린 채원의 눈동자가 복잡한 감정을 담았다.
서로가 누구인지 아는 순간부터는 말없이 이어지던 섹스도 끝이다. 머리를 짓누르던 복잡함을 모두 태워버리던 행위에, 서로를 향한 의미가 얼마든지 꼬리표처럼 달릴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도 관계가 유효하다니. 그 역시 자신과 마찬가지인 생각으로 서로를 찾던 사이가 아니었던가?
“당신은……. 당신에겐 아무런 변화도 없나요?”
“있어야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