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별 볼 일 없는 정해담 씨의 유일한 장점이 뭔 줄 압니까.”
나직하게 깔리는 남자의 목소리, 그리고 희뿌연 담배연기.
두 가지 모두가 해담을 숨 막히게 했다.
“분수 파악을 잘 한다는 거.”
한숨처럼 느리고 짙은 음성이었다.
그의 나른하고 부드러운 말투에, 해담은 하마터면 그가 듣기 좋은 칭찬을 한다고 오해를 할 뻔했다.
“눈치껏 행동하고 알아서 찌그러지는 게 제일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는데.”
알아서 찌그러진다는 냉소적인 한 마디가 아슬아슬하게 엉겨있던 그녀의 자존감을 기어코 무너뜨리고 만다.
“그런데 내가 사람을 잘못 본 거였나. 아니면 정해담 씨가 감쪽같이 나를 속인 건가.”
해담과 한선의 두 번째 만남. 재회에는 오직 오해와 상처뿐이었다.
충족의 종점에 몇 번이나 도달한, 그야말로 짐승들의 밤이나 다름없었던 첫 번째 만남과는 전혀 다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