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어린 시절 나무 위에 숨어 그를 처음 봤을 때부터 단 한 번도 의심한 적이 없었다.
사랑한다는 말을 듣지는 못했지만, 그래, 단 한 번도 들어본 적 없었지만
그래도 그걸 의심한 적은 없었다.
틀린 생각은 아니었다. 그는 분명 사랑하긴 했으니까.
그저 그게 내가 아닌 내 가문과 혈통이었을 뿐.
* * *
“ㅡ그걸 바랐기에, 고작 열 살밖에 안 되었던 꼬마에게 이름까지 허하며 관대하게 구셨던 거잖아요?”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 부정의 말도 긍정의 말도 없이 그저 이쪽을 고요히 노려보기만 하는 제 첫사랑이자 정혼자를 향해, 라엔은 가장 하고 싶었던 말을 천천히 내뱉었다.
“당신께 후계자를 드리고, 저는…….”
그는 잠시 숨을 고르며 마른침을 삼켰다. 몇 번이고 곱씹었던 말임에도 막상 소리내어 말하자니 입 속이 바짝바짝 메말랐다.
"저는, 정혼자도… 정부도 아닌.“
심장이 조금 아픈 것도 같다. 그러나 라엔은 겉으로 티 내지 않으려 애쓰며 그저 한 손을 가슴 위로 꾹 내리눌렀다.
부디 지금 제 미소가 더없이 화사하고, 아름답기를 소망하며.
“저를 사랑하는 사람에게 갈 겁니다.”
* * *
라엔 카이너스 (수) : 흑발 녹안을 지닌 서늘한 미인 오메가. 이제 갓 성인이 되었다.
쉽게 곁을 내주지 않지만 자신이 먼저 마음을 준 사람에게는 맹목적이다. 아니, 맹목적이었다. 제 첫사랑이자 유일한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미카엘에게 눈이 멀어 부모와 형제까지 끌어들인 걸 후회하고 있다. 미카엘을 포기하고 버리는 과정에서 자신이, 그리고 자신의 가족이 잃은 것들을 보상 받고자 한다.
미카엘 서크릿 클라인 (공) : 금발 벽안을 지닌 정석 미남 알파. 기분이 나쁠수록 화사하게 웃는 타입으로,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다. 갑작스레 왕위에 올라 입지가 불안하던 시절, 어린 라엔을 꼬셔서 정혼자로 만든 뒤 그 가문의 세력을 제 것으로 흡수했다. 사랑도 각인도 자신과는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며 그저 작은 동물을 귀여워하듯 라엔을 아낀다.
ㅡ고 생각했더랬다.
눈앞에 거슬리는 애송이가 나타나기 전까진.
(표지 일러: H님, https://crepe.cm/@H92089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