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너는 오늘부터 벙어리다.”
크레넨 백작가의 숨겨진 아들, 레이언 크레넨은 아버지의 명령에 따라
베슬란 공작가에 하인으로 숨어들어 공작을 감시하게 된다.
하지만…….
“이리 와서 앉아요. 먹고 싶은 걸로 골라 먹어요.”
“오늘은 날씨가 좋으니 피크닉을 가는 게 좋겠군요.”
“여름엔 남쪽령으로 내려가서 피서를 즐기기로 합시다.”
일개 하인인 레이언에게, 공작은 지나치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군다.
하지만 레이언은 말 한마디도 꺼낼 수 없는 벙어리 하인 신세.
도대체 왜 그러는지 이유를 물을 수도, 하지 말라고 거부할 수도 없다.
그런 그에게, 공작이 충격적인 제안을 하는데.
***
“오늘 점심에 딸기 파이가 나왔다던데, 먹었습니까?”
레이언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입 정도 먹은 게 다지만, 먹은 건 먹은 거니까.
레이언의 대답에 루스카인의 미간이 아주 잠시 구겨졌다 펴졌다.
“……맛이 어떻던가요. 괜찮았습니까.”
끄덕.
“더 먹고 싶을 만큼?”
이어지는 공작의 질문에 레이언은 잠시 고민하다 고개를 저었다.
여기서 끄덕였다간 지금 공작이 들고 있는 저 파이를 공작의 앞에서 다 먹어야 할 것 같아서.
“……아니라는 겁니까?”
끄덕.
게다가 맘 편하게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는 처지이기도 하다.
벙어리니까. 그리고 레이언은 지금…… 첩자니까.
백작이 시킨 일이 좋은 일일 리가 없으니, 이런 호사를 누리는 건
안 그래도 심히 느끼는 양심의 가책에 무게를 더할 뿐이었다.
“딸기 파이를 좋아하지 않습니까……?”
루스카인 공작의 목소리가 한층 낮아졌다.
그에 어깨를 움츠린 레이언은 공작의 눈치를 살피려 힐끗 눈을 들었다.
“……?”
공작은 살짝 고개를 숙인 채 눈을 내리깔고 있었다.
그리고 얼핏 보이는 그의 표정이 레이언을 혼란스럽게 했다.
굵고 진한 눈썹과 눈꼬리가 처져 있고,
숙인 고개 때문에 자세히 보이진 않지만, 입꼬리 또한 그러한 듯했다.
손에 든 딸기 파이를 테이블에 내려놓는 공작의 표정은 그러니까……
시무룩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