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아가, 그마-.”
“나 형 애기라며.”
“…어?”
유영은 만족과 불만족이 어지럽게 섞인 얼굴로 상처받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도원은 그 까닭을 알 수 없었다. 적막 사이로 유영의 목소리가 노래처럼 흘렀다.
“…그렇지.”
“그러니까 형이 내 말을 들어줘야지.”
“…….”
“도원이 형은 내 형이잖아. 맞죠.”
귓가에 속삭이는 음색은 지독하게 다정하고도 쓸쓸하게 들렸다. 그래서일까. 도원은 제 몸을 부둥켜안고 다시금 입을 맞춰 오는 그를 막을 시도조차 할 수 없었다.
‘이러면 안 되는데. 진짜로. 얘가 왜 이러는 거야. 너는 말이야, 고등학교 졸업하고, 성인 되고 나서부터 잘돼야 하는 사람이 따로 있다고.’
악역 서브공으로 빙의한 도원의 목표는 메인공 유영에게 죽을 십몇 년 후의 미래를 바꾸는 것이었다. 이건 도원의 계획에서 한참이나 벗어나는 일이었다.
머릿속에 언젠가 자신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콩 심은 데서 콩 나고, 광공 심은 데서 광공 나는 법이지. 광공으로 안 키우면 광공이 안 된다. 이거야.’
어차피 나만, 그러니까 ‘하도원’만 가만히 있으면 이 소설의 결말은 해피엔딩일 텐데.
‘메인공이랑 메인수. 두 사람이 만나면 확 엮어 주고 난 빠지는 거야. 그러면 알아서 알콩달콩 잘 살겠지.’
십이 년 전 방구석을 굴러다니면서 짰던 계획은 그랬다. 도원의 목표는 유영의 옆자리가 아니었다. 그의 혼주석에 앉는 게 목표였지.
그런데 망한 것 같다. 장렬하게.
그러니까 왜. 왜 메인공인 유영이 나한테 키스하는 거냐고.
***
“이번엔 진짜 도망치지 마.”
흰 벽과 마룻바닥에 몸이 이리저리 부딪히며 두 사람의 하체가 맞닿았다. 단단한 몸에서 비롯한 열기가 천 조각 너머로 느껴졌다.
벽 위에 붙어 있던 폴라로이드 사진들이 낙엽처럼 추락했다. 떨어진 추억들이 구깃하게 구겨졌다. 그것들은 도원의 울 듯한 표정을 닮아 있었다.
도원은 저를 잡고 있는 유영의 팔에 매달렸다.
“형, 아, 아파… 아가, 손 좀-.”
“지금 날 피하고 도망치면, 형 손목이랑 발목 다 꺾어 버리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할 테니까.”
그러면 임무도 못 나가겠네, 그치.
고통은 접촉의 밀도를 상회했다. 이번에는 정말로 뼈마디가 부러질 것 같았다. 그의 선언이 장난이 아니라는 게 체감될 정도로.
일단, 도원은 부정했다.
“거, 거짓말이지… ?”
“형이야말로 착각하는 게 있어.”
“뭐…?”
“난 예전부터 가끔, 도원이 형의 어딘가를 꺾어 버리고 싶었거든.”
형이 자꾸 그러니까.
날 봐주지 않고, 날 어여쁘고 불쌍히 여겨 주지 않고, 날 원하지 않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