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세상이 망했다. 사람들이 미쳐서 느닷없이 같은 사람을 공격하고 물어뜯기 시작했다. 그렇게 ‘좀비 바이러스’가 세상에 퍼진 지 3년이 흘렀다.
여느 때처럼 놈들을 처리하기 위해 작전에 나섰던 사윤은 지축을 뒤흔드는 굉음에 소란이 발생한 곳으로 향했다가 제정신이 아닌 듯한 군인을 발견하게 된다.
“뭐… 하는 거지?”
그는 뭐가 문제인진 알 수 없어도 손바닥으로 제 귀를 퍽퍽 내리치고 있었다.
“…머리에 살짝 문제가 있는 사람인가?”
사윤이 황망함에 중얼거리는 그때 남자가 입술을 벙긋거렸다.
“아… 시이, 발?”
그건 욕이었다. 확실했다.
그리고 의도치 않게 위험에 처한 그를 구해주게 되는데… 그날 이후 그 또라이가 찾아와 선언한다.
“대위님도 그날 일을 기억하고 계신다니 얘기가 더 편해지겠네요. 아시겠지만 제가 그날 의도치 않게 현사윤 대위님께 목숨을 빚졌지 않습니까.”
방글방글, 한껏 흥겨운 미소를 띤 인혁이 덧붙였다.
“대가라기엔 뭣하지만… 앞으로 제가 대위님께 상당히 추근거려 볼 예정이라서 말입니다.”
***
“어딜 가려고.”
“!”
그러나 사윤이 움직이기 무섭게 인혁이 덥석 모포의 멱살을 붙잡아오는 바람에 그는 결과적으로 결박에서 벗어나는 데 실패했다.
“그리고 여기에 네 거, 내게 어딨어? 내 물건이 현사윤 네 물건이고, 반대로 네 물건이 내 물건이기도 한 거지.”
“뭐…….”
괜히 구분 지으려고 힘 빼지 말라는 듯한 속삭임이 이어졌다. 아까부터 이어진 반말이 묘하게 거슬리던 참이었다. 그런데 말꼬리를 짧게 잘라먹는 건 그렇다고 쳐도 이름을 부르다 못해 이젠 아예 너라니.
“이러다 아예 나랑 맞먹겠다?”
사윤이 어이가 없어 눈가를 움찔 떨자마자 멱살을 놔준 인혁의 손이 그의 턱을 타고 뺨으로 올라왔다.
“고작 두 살 차이 가지고 뭘.”
낮게 웃은 인혁이 손바닥으로 사윤의 뺨을 덮듯이 조심스럽게 감쌌다.
피부를 어루만지는 손길이 부드러웠다. 낮처럼 장난스럽게 꾹꾹 누르고 제멋대로 만져대는 손길이 아니라 귀한 것을 대하듯 정성스럽게 쓰다듬는 손짓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