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남자는 무심히 웃었다. 여린 바람 끝에 흩어지는 미소를 본 나는 더 참기 어려워졌다. 미치게 이 테오도르라는 이국의 남자를 가지고 싶었다. 포토그래퍼로서.
하여 대시를 먼저 한 쪽은 오히려 내가 되었다.
“부탁 하나만 해도 돼요? 초면에 이런 말 미안한데.”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는 모르겠지만, 난 머릿속을 맴도는 미친 소리를 입 밖으로 뱉고야 말았다.
“Can I take your nude picture tonight? (오늘 밤 당신의 누드를 찍어도 될까요?)”
“…….”
남자의 침묵에 나는 눈을 껌뻑거렸다. 잠깐만 한우주. 잠깐.
“보기보다 겁이 없네.”
“아, 잠시만 제가 설마, 설마 내가 진짜 말을….”
“설마 맞아요. 누드 찍자고 방금 말했어. 여자가 남자에게 밤 12시 10분에.”
그제야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 내가 뭐라고 지껄인 거야? 생각만 한 게 아니라, 진짜 누드 찍자는 말을 입 밖으로 냈다고?
이 또라이 한우주. 아, 정말. 그러니까 지금 한우주는 오늘 처음 보는 남자에게 누드를 찍자고 말한 거였다.
“죄송합니다. 저는 포토그래퍼 한우주라고 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 쪽에게 이끌려 사진을 찍었고 실례되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업무 모드로 돌입해 급히 사과하고 핸드백을 챙겼다. 서둘러 달아나려는 발걸음이 뚝, 그의 목소리에 멈추었다.
“한다고 하면?”
“네?”
“당신이 원하는 누드, 찍는다고.”
돌아선 내 앞으로 그가 느릿하게 다가왔다. 그리곤,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했다.
한우주만큼 또라이같은 말을.
“같이 벗어.”
“네? 그게 무슨….”
“그쪽도 벗고 찍으라고. 그래야 공평하지.”
<외전>
“태어나줘서 고마워. 우주야, 한국으로 가자.”
“설마, 저거 전용기니?”
남편에게 One Universe(한우주)가 새겨진 전용기와 한국 여행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겨울 바다의 길을 따라 7번 국도를 여행하는데….
“저게 뭐야? 진짜 성이야?”
“러브모텔. 대한민국 어느 곳에서나 볼 수 있는 K-모텔이지.”
동화에서나 나올 법한 둥그스름한 지붕에 핑크빛 건물을 바라보며 테오가 인상을 찌푸렸다.
“호텔이 아니라 저런 곳에서 자자고?”
“나 사실 궁금해. 예전부터 한번 가보고 싶었거든.”
“그래? 우주가 하자면 해야지. 근데 좀 낯설다?”
치렁치렁 길게 늘어진 초록색의 천막을 헤치고 주차장에 차를 대었다. 실내에 들어가자마자 테오가 신기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리곤 호기심 서린 눈길로 한글을 읽어내렸다.
“숙박 6만 원, 대실 3만 원? 대실이 뭐야?”
“그거만 하고 나가는 거.”
“와, 노골적인데? 섹스의 나라 대한민국이야?”
깜짝 놀란 남자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그 호기심은 고스란히 모텔 주인아저씨에게로 옮겨갔다.
“외국인이네요? 대실 하실 건가요?”
“아니, 숙박이요. 대실은 부족하죠.”
새초롬하게 앞장서는 나를 테오가 성큼 따라붙었다. 와락 등 뒤에서 허리를 감아 안곤 방안으로 들어섰는데, 방을 보자마자 우린 할 말을 잃어버렸다.
테오는 신기한 듯 K-모텔의 위엄 서린 방을 구경하며 내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