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폐 무협 속 학대받는 서출로 환생했다.
그런 내게, 전생에서도, 이번 생에서도 한번도 가족을 가져보지 못했던 내게 진짜 가족이 생겼다.
아낌없이 조건없이 나를 사랑해 주는 큰아버지, 할아버지, 그리고 사촌 오빠들까지.
피폐 무협을 천신만고 끝에 힐링뽀짝 육아물로 바꾸는데 성공했더니 무언가 수상하다.
어쩐지 집착물의 냄새가 나는데?
피폐무협 <혈화검풍 : 피의 꽃, 칼의 바람>에 스치듯 등장해서 처참하게 죽어가는 듣보잡 조역으로 환생했다.
작품 중에서 멸문지화를 겪은 남궁세가의 천덕꾸러기 반편이 서출 딸.
세상 설움 중 제일 서럽다는 배고픈 설움에 우는 네 살 난 남궁서란의 몸으로.
나는 무협환생트럭에 치인 후 선행보상 시스템 회빙환 팀에 의해 이 소설 속으로 환생한 것이다.
빙판길에서 폐지 줍던 할머니를 구하고 받은 선행 보상이 피폐물 속 구박덩어리라는 건 너무 억울하다.
항의하는 내게 주어진 장르 변경권.
중국집 쿠폰 모아 탕수육 바꿔 먹듯 포인트를 모아모아서 피폐물을 원하는 장르로 바꿀 수 있다는 혜택.
이것 하나만 보고 K-수험생, K-대학원생, K-직장인으로 갈고 닦은 인내와 근성, 눈치와 아부, 거기에 무협지 애독자의 짬밥을 더해 죽어라 달렸다.
이 망할 피폐물을 힐링뽀짝 육아물로 바꿔 잘 먹고 잘 살아 보겠다는 꿈 하나를 품고서.
가주의 책임은 내던져 놓고 천하를 떠돌며 즐기고 있던 가주 할아버지가 손녀딸 귀여워서 집에 머물겠다 선언하게 만들고.
진중하고 엄격하던 소가주 큰아버지가,
"서란이는 이제 내 딸입니다.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게 내버려두지 않겠소."
하고 딸바보 선언을 하게 하고,
그 뿐인가, 남궁세가의 자랑이라는 큰아버지의 세 아들들은 저마다
"서란아, 막내 오빠가 제일 좋지?"
"무슨 소리야, 서란이는 나랑 제일 친해."
"서란아, 내가 너한테 당즙이랑 단과자를 제일 많이 갖다 준 거 잊었어?"
하고 동생바보가 되어 다투게 되었다.
그렇게 포인트를 다 채워 선행 보상 시스템이 힐링뽀짝 육아물로 완벽한 변경을 선언한 순간.
어디서 뭐가 잘못된 건지,
하늘이 놀라고 땅이 떨리는 미모의 남자들이 하나도 아니고 둘도 아니고 셋도 아니고 넷 씩이나 나한테 집착하기 시작한다.
"얼굴에 흙칠만 하면 남장인 줄 아는 멍청이가 다 있네. 그 얼굴에 흙칠하면 더 눈길만 끄는 걸 몰라서 그래, 아니면 알고서 일부러 그러는 거야?"
얼굴은 천하절색인데 주둥이론 매를 버는 미소년은 어째서인지 내가 가는 곳마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마주치고
"남궁소저, 여러 해 전 소저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언젠가 내가 소저의 힘이 되는 날이 있기를 바랐습니다."
무림맹의 미래라 불리는 의협의 상징과도 같은 정의의 미청년이 날 지켜주겠다며 나서고
"나는 피바람이 가장 좋았는데, 이제 네 곁에 있으니 꽃바람도 즐길만 한 것 같아서 말이지."
수상하기 짝이 없는 은발적안의 절세미남도 나타나질 않나
"나는 사람을 믿지 않아. 그런데 누나는 믿을 수 있어. 누나는 이익을 보고 정을 베푸는 사람이 아니니까."
뭔가 단단히 착각하고 강아지처럼 내 곁을 맴도는 심해처럼 새파란 눈동자의 미소년까지.
눈은 즐겁지만, 골머리는 깨져나가게 만드는 녀석들이 내게 집착하기 시작한다.
아아, 강호와 천하는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피폐 무협을 알콩달콩 뽀짝뽀짝 새콤달콤 장르로 바꾸기 위해 오늘도 K-블러드를 불태우는 남궁서란의 분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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