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사랑할 준비는 끝나 있었다.”
사랑이 사람을 어디까지 망가뜨릴 수 있는지 낱낱이 보고 자란 인생.
그렇기에 믿지 않았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결혼이라는 허울도.
“원나잇 처음 해봤나, 촌스럽게.”
“뭐?”
“그렇잖아요. 하룻밤 질펀하게 놀았으면 됐지, 왜 질척거려요, 알 만한 사람이.”
“자주 했나 봐, 원나잇?”
“누구만큼은 했겠죠.”
“……그래서 다시 보는 게 불편하다?”
“솔직히 편하진 않네요. 우연이라도 꺼림칙할 판에 계획적이라니, 당연히 싫죠.”
“그런데 어쩌나, 지겹게 봐야 할 텐데.”
“자, 잠깐. 그게 무슨!”
“이 결혼, 한다고.”
“한국말 못 알아들어요? 싫다고요. 얼굴 보는 것도 싫은데 결혼은 무슨!”
“난 할 생각이니까 정 하기 싫으면 직접 깨보든가.”
“그럴 거면 내가 여길 나왔겠어요?”
“그러니까, 어차피 못 이길 거 순응하라고. 그 참에 열렬히 사랑하면 더 좋고.”
“제정신이에요? 대체 뭘 보고 결혼을……!”
“경제적 가치는 물론, 속궁합까지 철저히.”
[본문 내용 중에서]
“혹시 자고 싶어서 그래요?”
그렇다고 이대로 물러설 순 없기에 서연은 회심의 한 수를 던졌다.
돌파구를 찾느라 던진 미끼지만 생각할수록 나쁘지 않았다. 원나잇 한 여자 뒷조사까지 할 정도로 만족스러운 속궁합 때문이라면 까짓것, 해주면 그만이었다.
연예인이며 재벌 딸이며, 대단한 여자들과 스캔들 터트리는 게 일상인 남자이니만큼, 그 잘난 관심도 얼마 못 가 사그라들 테니 말이다.
“뭐라고?”
“그게 이유면 됐어요. 결혼만 깨주면 섹스는…….”
“뭔가 오해하나 본데, 좆질은 좆질이고, 일은 일이지.”
섹스는 당장이라도 할 수 있다는 대답을 싹둑 자른 남자는 부티 나는 입술에 저급한 말을 잘도 담아냈다.
“유서연과의 씹궁합에 눈 돈 게 맞기는 한데, 고작 그런 거로 결혼할 만큼 순정파는 아니라서.”
“……!”
“대성 화학은 원래부터 눈독 들이던 회사야. JM 케미컬 대산 신공장에 대성의 CCUS(탄소 포집, 활용, 저장) 기술이 꼭 필요하거든. 대성은 우리 자본이 필요하고. 유서연이 유한석 회장 핏줄인 덕에 일이 쉬워지긴 했지. MOU 조건도 훨씬 잘 쳐줬고.”
“그래서 하겠다고? 이 결혼을?”
경악을 지나 경멸을 담은 눈이 남자를 직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