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너 같은 여자를 그냥 눈앞에서 놓치라고?”
이환이 빈정거리듯 말했다. 그의 미간이 슬쩍 구겨져 있었다.
“그러니까 나한테서 벗어날 생각은 꿈도 꾸지 마.”
“혹시 그 말……. 나랑 사귀자는 건가요?”
“그게 왜 그렇게 돌아가?”
이환이 팔짱을 풀고 바지 주머니에 손을 쑤셔 넣었다. 그는 한없이 여유로운 얼굴로 느긋하게 대꾸했다.
“몸이 잘 맞는다고 했잖아. 당연히 파트너지. 요즘 그 정도는 가볍게 여긴다며?”
그녀는 아찔한 벼랑 끝에 선 기분을 느꼈다.
어젯밤 섣불리 저지른 복수가 도로 되돌아 자신을 강타하는 기분은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럼에도 제대로 된 복수를 위해 사윤은 그의 손을 잡기로 하는데…….
#원나잇으로 부족해
#나쁜 남자의 더티토크
#최음제 때문에
#약발 없이도 잘 굴러가는 관계
[미리보기]
그녀가 이를 악물었다. 남자의 손이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서늘하고 건조한 손가락이 살갗에 닿자 불에 덴 것처럼 뜨겁게 느껴졌다. 여자는 입을 벌렸다. 잔뜩 달아오른 새빨간 혀가 입술을 핥았다. 남자의 눈이 그 광경을 흥미로운 듯 응시하고 있었다.
남자는 혀로 입술을 살짝 핥았다. 지극히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여자의 눈이 빛났다. 그녀는 눈을 질끈 감았다. 눈가에 고여 있던 눈물이 도르르 굴러내렸다.
─그래. 내가 다 부숴버릴 거야. 기대해. 네 모든 걸 송두리째 산산이 부수고 깨버려서 발밑에 나동그라지게 해줄게. 이제까지 쌓아온 신뢰도, 얄팍하게나마 믿었던 우정도.
여자는 웃었다. 붉은 입술 사이로 새하얀 이가 드러났다. 아름답지만, 어딘지 처연했다. 그렇게 웃으며 남자에게 다가섰다. 서로의 숨소리까지 들릴 만한 거리. 여자가 남자의 목을 끌어안았다.
“부탁이에요. 씻겨줘요. 하아, 아니, 같이. 같이 씻어요. 응?”
어리광처럼 낸 콧소리에도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외려 선명한 눈동자에 의심의 빛이 희미하게 어렸다. 그는 탐색하듯 그녀를 내려다보다 이윽고 천천히 빙긋 웃었다.
“후회하지 마.”
“절대 안 해.”
여자가 중얼거렸다. 그녀의 눈은 조금 기이한 빛을 띠고 번들거렸다. 약 때문이겠지. 남자는 속으로 혀를 차면서도 기대오는 늘씬한 육체를 받아 안았다.
“동의하면 옷 벗겨줘요.”
여자가 한층 또렷한 어조로 채근했다. 남자는 여자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아까보다는 조금 명료해진 눈동자. 약효가 조금 가신 듯했다.
그런데도 거부하지 않겠다?
남자의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찼다. 하지만 이건 이것대로 꽤나 유혹적이었다. 그는 마음을 굳히고 여자의 등 뒤로 손을 가져갔다.
파스너가 내려가며 나는 작은 소리에 여자가 흠칫 몸을 떨었다. 아직 약 기운이 돌고 있는 몸은 가벼운 자극에도 움찔거리며 축축하게 젖어 들고 있었다. 남자가 귓가에 입술을 가져다 댄 순간, 그녀는 펄쩍 뛰어오를 뻔했다.
“잘 들어. 이건 동의가 아니야. 허락하는 거지. 내가.”
작가소개
팜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