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1. 작품 소개

“정말 멍청해. ……내가 그렇게 좋아?”


제문을 장악하고 있는 폭력조직 호문의 행동대장 윤시연. 10년 넘게 조직에서 살아왔고 그에 익숙해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호문이 염원하던 제3거리 흡수를 도와주겠다며 제 발로 호문에 들어온 우륜을 만난다. 단정치 못하지만 번듯하고, 도박장에서 진상을 부리는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허구한 날 함께 밥 먹자며 조르는 엉뚱한 그와 일하며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는데…….


“얼마나 이렇게 바보 같고, 무식하고, 순진할 수가 있는지……. 이게 좋아하는 건가? 응? 아니면 사랑이야, 이런 게?”
격렬하게 토해내는 얼굴을 빤히 보기만 했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좀 더 설레고 신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연애잖아. 난 항상 그런 연애를 해왔어. 이렇게 매번 가슴 졸이고 미칠 것 같은 게 아니라…….”


2. 미리 보기

“양도, 우유도, 음악도 다 필요 없어. 내가 필요한 건 사람이야. 그러니까 도와줄 거 아니면 신경 끄라고.”
자리에서 일어나 륜의 어깨를 밀었다. 나가라고 문을 고갯짓 한다. 륜의 입이 열렸다가 도로 다물렸다. 굳은 표정으로 몸을 돌리기에 시연도 몸을 돌렸다.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침대에 앉았던 시연은 곧이어 문가에 서 있는 두 발을 발견하곤 고개를 들어올렸다.
닫힌 문고리를 잡고 륜이 서 있었다.
“……내가 가면 ……너, 이락을 부를 거지?”
“왜 자꾸 이락이 얘기를 꺼내는 거야?”
“대답이나 해.”
전에 없이 굳어 있는 륜의 얼굴을 보며 시연은 천천히 긍정했다.
“부를 거야.”
별안간 륜에게서 낮은 욕설이 튀어나오고 시야가 어긋났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굳은 얼굴로 내내 허공을 노려보던 륜이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고 성큼 침대 발치로 걸어왔다.
“난 너랑 자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도와는 줄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네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야.”
우울한 얼굴로 륜이 물었다.
“내가 어떻게 하면 돼?”
시연은 진기한 것을 보듯 륜을 보았다. 륜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내키지 않으면 그냥 가도 돼.”
“네가……!”
발끈하고 한순간 륜은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냥 나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지나 알려줘. ……난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냥 나는 짜증이 나. 네가 이락이랑 붙어먹을 걸 생각하면 열이 받는다고.”
커다란 손이 느릿하게 올라와 턱을 매만진다.
“……보스가 알면 날 죽이려 들겠지.”
한탄하듯 중얼거리는 륜을 가만히 바라보다 턱에서 헤매고 있는 손가락을 입가로 가지고 와,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움찔 떨리는 손을 느끼며 시연은 조용히 말했다.
“제대로 하지도 않을 거면서 걱정은…….”

굳어 있는 몸에 달라붙어 흥분하고 있는 것은 시연뿐이었다. 아니, 륜도 흥분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륜은 자신이 장담한 대로 그 흥분을 무던히도 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몇 번이나 계속된 키스는 이제 시연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알아듣고 그 입술을 눌러왔다.
어색하게 입만 열고 있었던 처음과 달리, 이제 륜은 키스만큼은 제대로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두터운 혀가 입천장과 볼을 쓸고, 숨을 헐떡이면 그 숨까지도 잡아먹듯이 더 급하게 입안을 옭아맸다. 옅은 신음을 흘리면서 시연은 엉덩이를 앞뒤로 느릿하게 흔들었다.
올 듯 안 오고, 안 오는 듯 오고 있는 쾌감은 시연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부여잡고 있던 목덜미와 어깨에서 조금 떨어져 아래를 응시한다. 알몸인 상체와 달리 륜의 하체는 아직 바지로 감싸여 있었다. 벗기려 했으나 번번이 손을 가로막고 키스를 해 별수 없이 벗기는 것은 포기하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바지는 벗지 않는 쪽이 더 좋았던 건지도 몰랐다. 까슬까슬한 옷의 촉감이 흥분으로 되돌아온 탓이다. 쾌감이 일어나는 부분을 허벅지에 짓누르듯 비비며 시연은 만족감이 깃든 숨을 길게 내쉬었다. 팬티도 없이 맨살로 문지르고 있어, 륜의 허벅지 부분은 시연의 안에서 흘러나온 체액으로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
뒤로 보냈던 엉덩이를 다시 앞으로 올렸을 때였다. 아플 정도로 쓸린 부분이 오히려 쾌감으로 다가와 시연은 몸을 떨면서 짤막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륜과 마주쳤다.
행위를 하는 것은 시연 혼자다. 하지만 이 시선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륜은 시연이 입술을 빨고, 그 가슴을 더듬고, 갈색의 작은 유두를 빨면서 허벅지에 엉덩이를 비빌 때마다 짙은 시선을 보내왔다. 한순간도 시선을 떼어낸 적이 없다.
입술을 벌리자, 륜이 얼른 고개를 숙여 입술을 빨았다. 굵은 목덜미를 껴안고 시연은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
“으응…….”
오르고 또 오른다. 짜릿함과 찌릿함이 번갈아가며 하체를 치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 닿지 않는 쾌감이 또 하나의 쾌감이 되어 즐거웠으나 지금은 애가 탔다. 시연은 힘을 주어 륜을 넘어뜨렸다. 침대로 넘어질 적에 륜이 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아 보호했다.
누워 있는 륜의 허리에 걸터앉고 중심부를 손으로 만지자 그것은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채였다. 키스만 하고 있을 때에도 륜의 것은 딱딱하게 부풀어 있었다. 손으로 더듬던 그것 위에 중심부를 맞추고 다시 엉덩이를 움직였다. 륜의 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넓은 가슴팍에 팔을 짚고 조금 더 속도를 높이자 륜에게서도 신음과도 비슷한 숨이 새어나왔다.
아주 가볍게, 절정에 치달았다. 온몸이 떨렸지만 동시에 더 큰 것을 원했기 때문에 서둘러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륜의 커다란 손이 가로막듯 시연의 손을 붙들었다.
“……안 된다고 했지…….”
갈라진 목소리가 숨과 섞여 낮게 흘러나왔다.
“나는 부족해.”
단단한 것을 손으로 움켜쥐자 륜이 신음성을 짧게 냈다. 더욱더 짙어진 눈이 시연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시연은 그 얼굴에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듯 입술을 핥고 빨았다. 륜의 손이 맨 허리와 엉덩이를 부드러이 쓸었다.
“벗어.”
“……안 돼.”
“륜.”
이름을 불렀을 때, 륜은 눈을 질끈 감더니 다음 순간 깊은 키스를 멋대로 퍼붓고 자리를 바꿔 시연을 눕혀 그 위로 올라왔다. 남자의 몸에 홀리는 자신의 눈이 있었다. 별 특징 없던 냄새도 기분 좋게 다가와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
다리로 굵은 허리를 휘감고 잡아당기며 두 손으로 바지 지퍼를 내렸다. 얇은 면 하나에만 감싸인 륜의 것이 손바닥을 통해 묵직하게 전달되었다. 배꼽 아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할 때였다. 한발 더 빠르게 륜의 손이 시연의 젖은 하체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
“아!”
엄지손가락이 내내 쾌감을 불러일으켰던 돌기 부분을 매만지고, 손가락이 시연의 몸속을 부드러우면서도 거칠게 움직였다.
비명을 지르자 다시금 륜의 입술이 찾아들었다. 정신없이 매달려 남자가 주는 쾌감에 집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갈 듯이 안 갈 것 같은 쾌감이 륜의 손에 의해 넘어갔다. 흥분에 못 이긴 몸이 발작처럼 떨어댄다. 숨이 모자라 륜에게서 떨어지려는데, 륜이 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여전히 손을 움직여 쾌감을 이끌어내며 껴안듯 머리를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했다.
“윤시연…….”
륜이 입술 바로 위에서 속삭였다.
“윤시연…….”
애타게 부르는 륜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시연은 대답 대신 륜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또다시 쾌감이 오고 있었다.

잠이 들기 전에 키스를 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입술의 감촉과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던 륜의 손가락이었다. 눈을 뜨자, 방 안이 어둑했다. 시간을 확인하려던 시연은 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
륜이었다. 시연을 껴안은 채로 륜이 누워 있었다. 둘러보자 자신은 하체만 벗고 있고, 륜은 상체만 벗고 있었다. 륜이 ‘사람’을 빌려주었던 그 시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어둑한 창가를 보면서 륜의 품에서 벗어나 휴대전화를 찾아 들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9시 반이었다. 아까 몇 시에 잠들었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가 2시였으니 못해도 여섯 시간 이상은 잤을 것이다.
휴대전화를 도로 내려놓고 잠시 륜을 본 시연은 깨우는 대신, 바지 하나를 챙겨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어 질척거렸던 밑을 씻어내다 내친김에 웃옷도 벗고 샤워를 시작했다. 다 씻고 나와 방 이곳저곳을 걸어다닐 때에도 륜은 일어나지 않았다.
미동도 없는 남자를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아직도 아무도 없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돌아서다, 아까 륜이 사 들고 들어왔던 만두가 눈에 밟혀 봉투에서 하나 꺼내 들었다. 한입 베어 먹고 몇 번 우물거리다 나머지도 입안에 던져넣고 상자 하나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
륜이 책도 하나 없는 책상이라고 놀린 그 책상에 상자를 내려놓고 다시금 만두 하나를 베어 먹으면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눈으로 잠들어 있는 남자를 훑는다. 륜의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했고 튼튼했다. 관절이 불거진 손가락을 본다. 몇 시간 전에, 자신은 몇 번이고 저 손으로 갔다.
정신을 잃은 손가락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다 중심부로 손을 옮겼다. 물렁하고 말캉한 그것은 아까와는 다르게 힘을 잃은 채다. 문득, 륜은 제대로 갔는지 궁금해졌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륜이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
“……안 된다고 했지.”
손바닥 밑이 약간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 찰나, 륜에 의해서 손이 강제로 떼어졌다. 어느새 눈을 뜬 륜이 미간을 구기며 하품을 길게 했다.
“몇 시야?”
“9시 넘었어.”
“……너만 먹어? 나도 좀 줘.”
우물거리는 입을 응시하던 륜이 타박처럼 내뱉어 시연은 책상 위 만두 상자를 끌어왔다. 만두를 하나 집어먹던 륜은 한두 번 씹더니 이내 만두를 두 개씩 잡아 입안에 던져넣었다. 한 번 더 손을 움직인 륜은 이번에는 시연의 입에 만두를 집어넣어줬다.
“언제 일어났어?”
“방금.”
“그럼 몇 시간 잔 거야?”
“여섯 시간은 넘었어.”
“흐음.”
마지막 만두를 입안에 털어 넣고 “아까 사온 만두 다 먹었나?” 하고 물어 아래층에 그대로 있다 하니 “더 먹어야겠다.” 하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결리는지 륜이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두 손을 마주 잡고 왼쪽, 오른쪽으로 길게 몸을 당겼다. 꿈틀거리며 부드러이 움직이는 근육을 보며 시연은 조용히 물었다.
“아까, 쌌어?”
“뭐?”
륜이 손깍지를 낀 그 상태로 멈추었다. 시연은 턱짓으로 눈앞의 고간을 가리켰다.
“쌌냐고.”
“……그건 갑자기 왜 물어?”
몸을 돌린 륜은 방을 휘이 둘러보더니 벗어두었던 겉옷을 집어 들고 걸쳐 입기 시작했다.
“안 갔어?”
“그러니까 그건 왜…….”
“나만 가면 미안하니까 그렇지.”
문득, 륜이 고개만 돌려 시연을 쳐다봤다. 하나둘, 셔츠의 마지막 단추까지 채우고 륜은 덤덤하게 대꾸했다.
“너 가고 나도 갔어. 너 갈 때마다 나도 갔으니까 이제 그만 물어봐.”
만약 그렇다면, 륜도 샤워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줄 참이었지만 륜이 먼저 방을 나섰기 때문에 말할 기회를 잃었다. 아래로 내려가니 륜은 이미 상자를 있는 대로 꺼내놓고 만두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
같이 먹자는 듯이 상자 하나를 시연 쪽으로 밀어와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건 짜다.”, “얜 남겨뒀다 애들 줘라.”, “커피는 없냐.”, “갑자기 단 게 땡긴다.”, “아, 찐빵이 있었지.” 하며 만두 상자 두 개 반을 해치운 륜은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 집안을 둘러보았다.
“얘들은 뭐 하느라고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
“오늘은 다들 일이 있어.”
마당 한가운데에 세워진 륜의 차로 같이 걸어갔다.
“남은 만두는 냉장고에 넣어놔. 그냥 두면 쉰다.”
“알았어.”
“문단속하고. 창문도 걸쇠로 다 걸어놔.”
륜이 잔소리를 하며 시동을 켰다. 제남에서 호문의 집에 멋대로 들어올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없었다. 문을 다 열어놓고 있어도 이 집에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
“……애들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줄까?”
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하는 륜에게 시연은 웃음을 터트렸다. 왜인지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숙여 남자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한다. 시선을 맞대고 다시금 다가서자, 이번엔 륜이 제대로 호응을 해 왔다. 아까 전에 몇 번이고 맛보았던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실컷 느끼고 허리를 폈다.
“잘 가.”
잠시간 시연을 보던 륜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자갈밭을 굴러 대문을 넘어갔다. 그 뒤를 느릿하게 따라간 시연은 곧 어둠 속을 뚫고 저 멀리 가는 차를 뒤에서 배웅했다. 1. 작품 소개“정말 멍청해. ……내가 그렇게 좋아?”제문을 장악하고 있는 폭력조직 호문의 행동대장 윤시연. 10년 넘게 조직에서 살아왔고 그에 익숙해졌지만 한편으로는 그로 인한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호문이 염원하던 제3거리 흡수를 도와주겠다며 제 발로 호문에 들어온 우륜을 만난다. 단정치 못하지만 번듯하고, 도박장에서 진상을 부리는 사람에게 대화를 시도하고, 허구한 날 함께 밥 먹자며 조르는 엉뚱한 그와 일하며 두 사람은 조금씩 가까워지는데…….“얼마나 이렇게 바보 같고, 무식하고, 순진할 수가 있는지……. 이게 좋아하는 건가? 응? 아니면 사랑이야, 이런 게?”격렬하게 토해내는 얼굴을 빤히 보기만 했다.“누군가를 좋아하는 건 좀 더 설레고 신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게 연애잖아. 난 항상 그런 연애를 해왔어. 이렇게 매번 가슴 졸이고 미칠 것 같은 게 아니라…….”2. 미리 보기“양도, 우유도, 음악도 다 필요 없어. 내가 필요한 건 사람이야. 그러니까 도와줄 거 아니면 신경 끄라고.”자리에서 일어나 륜의 어깨를 밀었다. 나가라고 문을 고갯짓 한다. 륜의 입이 열렸다가 도로 다물렸다. 굳은 표정으로 몸을 돌리기에 시연도 몸을 돌렸다. 뒤에서 문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침대에 앉았던 시연은 곧이어 문가에 서 있는 두 발을 발견하곤 고개를 들어올렸다.닫힌 문고리를 잡고 륜이 서 있었다.“……내가 가면 ……너, 이락을 부를 거지?”“왜 자꾸 이락이 얘기를 꺼내는 거야?”“대답이나 해.”전에 없이 굳어 있는 륜의 얼굴을 보며 시연은 천천히 긍정했다.“부를 거야.”별안간 륜에게서 낮은 욕설이 튀어나오고 시야가 어긋났다. 무엇을 생각하는지 굳은 얼굴로 내내 허공을 노려보던 륜이 달칵 소리와 함께 문을 잠그고 성큼 침대 발치로 걸어왔다.“난 너랑 자지는 않을 거야. 하지만 도와는 줄게.”“……무슨 말을 하는 거야?”“네가 ‘사람’이 필요하다고 하니까 하는 말이야.”우울한 얼굴로 륜이 물었다.“내가 어떻게 하면 돼?”시연은 진기한 것을 보듯 륜을 보았다. 륜의 행동이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기 때문이다.“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어? 내키지 않으면 그냥 가도 돼.”“네가……!”발끈하고 한순간 륜은 길 잃은 어린아이처럼 복잡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그냥 나한테 어떻게 하면 되는지나 알려줘. ……난 뭐라 설명하기가 어려우니까. 그냥 나는 짜증이 나. 네가 이락이랑 붙어먹을 걸 생각하면 열이 받는다고.”커다란 손이 느릿하게 올라와 턱을 매만진다.“……보스가 알면 날 죽이려 들겠지.”한탄하듯 중얼거리는 륜을 가만히 바라보다 턱에서 헤매고 있는 손가락을 입가로 가지고 와, 아프지 않게 깨물었다. 움찔 떨리는 손을 느끼며 시연은 조용히 말했다.“제대로 하지도 않을 거면서 걱정은…….”굳어 있는 몸에 달라붙어 흥분하고 있는 것은 시연뿐이었다. 아니, 륜도 흥분은 하고 있었다. 그러나 륜은 자신이 장담한 대로 그 흥분을 무던히도 누르고 있는 중이었다. 몇 번이나 계속된 키스는 이제 시연이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알아듣고 그 입술을 눌러왔다.어색하게 입만 열고 있었던 처음과 달리, 이제 륜은 키스만큼은 제대로 호응을 해주고 있었다. 두터운 혀가 입천장과 볼을 쓸고, 숨을 헐떡이면 그 숨까지도 잡아먹듯이 더 급하게 입안을 옭아맸다. 옅은 신음을 흘리면서 시연은 엉덩이를 앞뒤로 느릿하게 흔들었다.올 듯 안 오고, 안 오는 듯 오고 있는 쾌감은 시연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다. 부여잡고 있던 목덜미와 어깨에서 조금 떨어져 아래를 응시한다. 알몸인 상체와 달리 륜의 하체는 아직 바지로 감싸여 있었다. 벗기려 했으나 번번이 손을 가로막고 키스를 해 별수 없이 벗기는 것은 포기하고 그 위에 걸터앉았다.그러나 결과적으로 바지는 벗지 않는 쪽이 더 좋았던 건지도 몰랐다. 까슬까슬한 옷의 촉감이 흥분으로 되돌아온 탓이다. 쾌감이 일어나는 부분을 허벅지에 짓누르듯 비비며 시연은 만족감이 깃든 숨을 길게 내쉬었다. 팬티도 없이 맨살로 문지르고 있어, 륜의 허벅지 부분은 시연의 안에서 흘러나온 체액으로 질척하게 젖어 있었다.뒤로 보냈던 엉덩이를 다시 앞으로 올렸을 때였다. 아플 정도로 쓸린 부분이 오히려 쾌감으로 다가와 시연은 몸을 떨면서 짤막하게 비명을 내질렀다. 질끈 감았던 눈을 뜨자, 륜과 마주쳤다.행위를 하는 것은 시연 혼자다. 하지만 이 시선 때문에 혼자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륜은 시연이 입술을 빨고, 그 가슴을 더듬고, 갈색의 작은 유두를 빨면서 허벅지에 엉덩이를 비빌 때마다 짙은 시선을 보내왔다. 한순간도 시선을 떼어낸 적이 없다.입술을 벌리자, 륜이 얼른 고개를 숙여 입술을 빨았다. 굵은 목덜미를 껴안고 시연은 정신없이 엉덩이를 흔들기 시작했다.“으응…….”오르고 또 오른다. 짜릿함과 찌릿함이 번갈아가며 하체를 치고 있었지만 결정적으로 뛰어넘을 수가 없었다. 처음에는 그 닿지 않는 쾌감이 또 하나의 쾌감이 되어 즐거웠으나 지금은 애가 탔다. 시연은 힘을 주어 륜을 넘어뜨렸다. 침대로 넘어질 적에 륜이 시연의 허리를 감싸 안아 보호했다.누워 있는 륜의 허리에 걸터앉고 중심부를 손으로 만지자 그것은 이미 단단하게 발기한 채였다. 키스만 하고 있을 때에도 륜의 것은 딱딱하게 부풀어 있었다. 손으로 더듬던 그것 위에 중심부를 맞추고 다시 엉덩이를 움직였다. 륜의 배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넓은 가슴팍에 팔을 짚고 조금 더 속도를 높이자 륜에게서도 신음과도 비슷한 숨이 새어나왔다.아주 가볍게, 절정에 치달았다. 온몸이 떨렸지만 동시에 더 큰 것을 원했기 때문에 서둘러 바지의 지퍼를 내렸다. 륜의 커다란 손이 가로막듯 시연의 손을 붙들었다.“……안 된다고 했지…….”갈라진 목소리가 숨과 섞여 낮게 흘러나왔다.“나는 부족해.”단단한 것을 손으로 움켜쥐자 륜이 신음성을 짧게 냈다. 더욱더 짙어진 눈이 시연을 뚫어져라 응시했다. 시연은 그 얼굴에 달라붙어 애교를 부리듯 입술을 핥고 빨았다. 륜의 손이 맨 허리와 엉덩이를 부드러이 쓸었다.“벗어.”“……안 돼.”“륜.”이름을 불렀을 때, 륜은 눈을 질끈 감더니 다음 순간 깊은 키스를 멋대로 퍼붓고 자리를 바꿔 시연을 눕혀 그 위로 올라왔다. 남자의 몸에 홀리는 자신의 눈이 있었다. 별 특징 없던 냄새도 기분 좋게 다가와 좋아 죽을 지경이었다.다리로 굵은 허리를 휘감고 잡아당기며 두 손으로 바지 지퍼를 내렸다. 얇은 면 하나에만 감싸인 륜의 것이 손바닥을 통해 묵직하게 전달되었다. 배꼽 아래, 팬티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려 할 때였다. 한발 더 빠르게 륜의 손이 시연의 젖은 하체를 뚫고 안으로 들어왔다.“아!”엄지손가락이 내내 쾌감을 불러일으켰던 돌기 부분을 매만지고, 손가락이 시연의 몸속을 부드러우면서도 거칠게 움직였다.비명을 지르자 다시금 륜의 입술이 찾아들었다. 정신없이 매달려 남자가 주는 쾌감에 집중한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갈 듯이 안 갈 것 같은 쾌감이 륜의 손에 의해 넘어갔다. 흥분에 못 이긴 몸이 발작처럼 떨어댄다. 숨이 모자라 륜에게서 떨어지려는데, 륜이 잡고 놔주지를 않았다. 여전히 손을 움직여 쾌감을 이끌어내며 껴안듯 머리를 끌어안고 깊은 키스를 했다.“윤시연…….”륜이 입술 바로 위에서 속삭였다.“윤시연…….”애타게 부르는 륜의 입술을 혀로 핥으며 시연은 대답 대신 륜의 움직임에 맞춰 허리를 움직였다. 또다시 쾌감이 오고 있었다.잠이 들기 전에 키스를 했다. 마지막으로 기억하는 것은 입술의 감촉과 자신의 머리를 쓸어넘기던 륜의 손가락이었다. 눈을 뜨자, 방 안이 어둑했다. 시간을 확인하려던 시연은 몸 아래에서 느껴지는 감촉에 화들짝 고개를 돌렸다.륜이었다. 시연을 껴안은 채로 륜이 누워 있었다. 둘러보자 자신은 하체만 벗고 있고, 륜은 상체만 벗고 있었다. 륜이 ‘사람’을 빌려주었던 그 시간,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어둑한 창가를 보면서 륜의 품에서 벗어나 휴대전화를 찾아 들었다. 시간을 확인하니 9시 반이었다. 아까 몇 시에 잠들었지. 기억나지 않았다.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가 2시였으니 못해도 여섯 시간 이상은 잤을 것이다.휴대전화를 도로 내려놓고 잠시 륜을 본 시연은 깨우는 대신, 바지 하나를 챙겨들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샤워기를 틀어 질척거렸던 밑을 씻어내다 내친김에 웃옷도 벗고 샤워를 시작했다. 다 씻고 나와 방 이곳저곳을 걸어다닐 때에도 륜은 일어나지 않았다.미동도 없는 남자를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와 1층으로 내려갔다. 아직도 아무도 없었다. 물을 한 잔 마시고 돌아서다, 아까 륜이 사 들고 들어왔던 만두가 눈에 밟혀 봉투에서 하나 꺼내 들었다. 한입 베어 먹고 몇 번 우물거리다 나머지도 입안에 던져넣고 상자 하나를 들고 위로 올라갔다.륜이 책도 하나 없는 책상이라고 놀린 그 책상에 상자를 내려놓고 다시금 만두 하나를 베어 먹으면서 침대에 걸터앉았다. 눈으로 잠들어 있는 남자를 훑는다. 륜의 몸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단단했고 튼튼했다. 관절이 불거진 손가락을 본다. 몇 시간 전에, 자신은 몇 번이고 저 손으로 갔다.정신을 잃은 손가락을 장난감처럼 만지작거리다 중심부로 손을 옮겼다. 물렁하고 말캉한 그것은 아까와는 다르게 힘을 잃은 채다. 문득, 륜은 제대로 갔는지 궁금해졌다. 기억을 더듬어봐도 륜이 가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던 것 같았다.“……안 된다고 했지.”손바닥 밑이 약간 단단해졌다는 생각이 들 찰나, 륜에 의해서 손이 강제로 떼어졌다. 어느새 눈을 뜬 륜이 미간을 구기며 하품을 길게 했다.“몇 시야?”“9시 넘었어.”“……너만 먹어? 나도 좀 줘.”우물거리는 입을 응시하던 륜이 타박처럼 내뱉어 시연은 책상 위 만두 상자를 끌어왔다. 만두를 하나 집어먹던 륜은 한두 번 씹더니 이내 만두를 두 개씩 잡아 입안에 던져넣었다. 한 번 더 손을 움직인 륜은 이번에는 시연의 입에 만두를 집어넣어줬다.“언제 일어났어?”“방금.”“그럼 몇 시간 잔 거야?”“여섯 시간은 넘었어.”“흐음.”마지막 만두를 입안에 털어 넣고 “아까 사온 만두 다 먹었나?” 하고 물어 아래층에 그대로 있다 하니 “더 먹어야겠다.” 하고 중얼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이 결리는지 륜이 끄응 앓는 소리를 내며 두 손을 마주 잡고 왼쪽, 오른쪽으로 길게 몸을 당겼다. 꿈틀거리며 부드러이 움직이는 근육을 보며 시연은 조용히 물었다.“아까, 쌌어?”“뭐?”륜이 손깍지를 낀 그 상태로 멈추었다. 시연은 턱짓으로 눈앞의 고간을 가리켰다.“쌌냐고.”“……그건 갑자기 왜 물어?”몸을 돌린 륜은 방을 휘이 둘러보더니 벗어두었던 겉옷을 집어 들고 걸쳐 입기 시작했다.“안 갔어?”“그러니까 그건 왜…….”“나만 가면 미안하니까 그렇지.”문득, 륜이 고개만 돌려 시연을 쳐다봤다. 하나둘, 셔츠의 마지막 단추까지 채우고 륜은 덤덤하게 대꾸했다.“너 가고 나도 갔어. 너 갈 때마다 나도 갔으니까 이제 그만 물어봐.”만약 그렇다면, 륜도 샤워를 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렇게 말해줄 참이었지만 륜이 먼저 방을 나섰기 때문에 말할 기회를 잃었다. 아래로 내려가니 륜은 이미 상자를 있는 대로 꺼내놓고 만두를 먹고 있는 중이었다.같이 먹자는 듯이 상자 하나를 시연 쪽으로 밀어와 건너편에 자리를 잡았다. “이건 짜다.”, “얜 남겨뒀다 애들 줘라.”, “커피는 없냐.”, “갑자기 단 게 땡긴다.”, “아, 찐빵이 있었지.” 하며 만두 상자 두 개 반을 해치운 륜은 마지막으로 나가기 전, 집안을 둘러보았다.“얘들은 뭐 하느라고 아직도 안 들어오는 거야?”“오늘은 다들 일이 있어.”마당 한가운데에 세워진 륜의 차로 같이 걸어갔다.“남은 만두는 냉장고에 넣어놔. 그냥 두면 쉰다.”“알았어.”“문단속하고. 창문도 걸쇠로 다 걸어놔.”륜이 잔소리를 하며 시동을 켰다. 제남에서 호문의 집에 멋대로 들어올 만큼 간이 큰 사람은 없었다. 문을 다 열어놓고 있어도 이 집에는 그 누구도 들어오지 않을 것이다.“……애들 올 때까지 같이 있어줄까?”조금은 퉁명스럽게 말하는 륜에게 시연은 웃음을 터트렸다. 왜인지 웃음이 나왔다. 고개를 숙여 남자의 입술에 짧은 입맞춤을 한다. 시선을 맞대고 다시금 다가서자, 이번엔 륜이 제대로 호응을 해 왔다. 아까 전에 몇 번이고 맛보았던 부드러운 입술의 감촉을 실컷 느끼고 허리를 폈다.“잘 가.”잠시간 시연을 보던 륜은 곧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출발시켰다. 차가 자갈밭을 굴러 대문을 넘어갔다. 그 뒤를 느릿하게 따라간 시연은 곧 어둠 속을 뚫고 저 멀리 가는 차를 뒤에서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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