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당신이 사라지면 죽여 버릴지도 몰라요, 나를.
어지러울 정도로 뜨거웠던 어느 여름날, 아버지마저 잃고 온전히 혼자가 된 정원의 세상에 불현듯 민이 찾아든다. 작은 손으로 자신의 마른 눈물을 닦아 주던 그녀에게 위로를 받았던 그. 정오의 햇살처럼 강렬하게 남은 기억을 안은 채 16년이 흐른 뒤, 오랜 유학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온 정원은 메이드가 된 민을 다시 만난다. 오로지 그만을 기다려 왔다는 그녀는 지독하고 끈적한 더위처럼 그를 자극하기 시작하고, 정원도 그런 그녀를 향한 갈증을 숨기지 못하는데….
▶잠깐 맛보기
“처음이야?”
이럴 땐 자신의 단조로운 음색이 마치 가면 같다. 핏속을 휘도는 거친 욕망을 감쪽같이 감추어 주는 가면.
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어떻게 숨을 쉬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처럼 아직도 숨결을 고르는 중이다.
“대답해.”
정원은 민의 허리를 껴안은 팔에 힘을 더했다. 몸과 몸이 틈 없이 밀착했으므로 아마 민도 충분히 느낄 것이었다. 파고들고 싶어 이미 잔뜩 뜨거운 정원의 몸, 남자를.
“……네.”
정원은 고통을 억누르며 아련히 젖어 가는 민의 눈을 들여다보았다. 민의 몸 깊은 길도 이렇듯 환히 들여다보고 싶었다. 이렇듯 젖어 갈 모습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고 섬세히 지켜보고 싶었다.
“널, 안을 거야.”
민은 정원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가쁜 숨을 안으로 가두며 정원을 마주 응시했다. 물끄러미, 그러나 갈망하듯.
“곧.”
민의 응시를 받으며 정원은 차갑게 못을 박았다.
▶목차
프롤로그
1. 여름, 16년 후
2. 기억의 공유
3. 젖은 오후, 박물관
4. 독점
5. 들여다보다
6. 지극한 일치
7. 열대야
8. 베이징의 밤
9. 그림자
10. 고통
11. 밀어내다
12. 죽어도 너를
13. 광기
14. 절벽에서
에필로그, 하나
에필로그, 둘
외전 / 연인
작가의 말
* 이 전자책은 2009년 타출판사에서 출간된 [열대의 시간]을 eBook으로 제작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