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침대에 앉혀졌다. 눈으로 경고의 빛을 보내며 그가 셔츠를 벗었다.
또 그를 귀찮게 만들었다. 심각해진 그녀의 낯빛을 오해한 그가 놀리는 투로 말했다.
“환자랑 무슨 짓을 할까.”
“얘기가 왜 그렇게 튀는…….”
“아니면 됐고.”
그가 그녀를 번쩍 안아 들었다.
넓은 가슴에 바짝 안기고 나자 더욱 땀 냄새가 신경 쓰였다.
그녀는 무진과 거리를 두려 애를 썼지만 곧바로 나무라는 말이 날아왔다.
“침대 신세 지고 싶어?”
“신, 신경 쓰여서. 나 땀 냄새날 텐데…….”
절망적으로 속삭인 그녀가 잔뜩 몸을 웅크렸다.
그 순간 귓불에 입술이 닿았다. 그리고 예고도 없이 귓불이 핥아졌고 이에 깨물렸다.
“앗!”
놀란 그녀가 목을 움츠리자 겨드랑이 밑을 받친 손이 가슴을 꽉 움켜쥐었다.
귓불과 목덜미가 다시 핥아졌고 입술이 문질러졌다.
“안고 싶을 만큼 달콤한 냄새야. 그러니까 그렇게 뻗대지 마. 간신히 참고 있으니까.”
세상에 동화 같은 건 없다.
‘그들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따윈.
그래서 동화를 꿈꾼다. 세상을 떠나는 그 순간,
당신 하나 품고 가겠다는 그 꿈을.
열다섯. 봄빛에 아빠를 잃고 초여름 그를 만났다.
스물여섯 봄. 이제 그의 사랑에 답하려 한다.
“……내게 오빤, 가족이에요. 너무도 소중한.”
“우리 이대로도 행복하잖아요. 남자, 여자 그런 거 안 해도 행복하잖아요.”
-그 여자, 김윤.
열아홉 겨울. 그 시린 마음속으로 그녀가 들어왔다 .
서른 살 봄. 이제 그 사랑에 물으려 한다.
“행복? 매일같이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건 행복이 아니야.
난 하루에도 수십 번씩 너를 몰랐던 때로 돌아가고 싶었어.”
“난 그 이상을 원해.”
-그 남자, 윤무진.
이 사랑이 머지않아 종말을 고한다고 해도 괜찮다.
찰나에 그친다 해도 두렵지 않다. 이 고단한 삶 중에 당신을 만나
이렇게 사랑했으니.
거기 있어 줘요. 이제, 내가 갈게요.
한승주
「초대받지 못한 결혼식」으로 데뷔.
[email protected]
출간작
약속의 숲 1, 2
사랑해도 좋습니까?
그대 내게 다시
당신이 사랑하는 동안에
사랑을 부탁해
카인의 정원
오만과 열정
집필 중인 소설
후유증
프롤로그
1. 가만한 이탈
2. 빗방울 드는 방
3. 봄에 녹다
4. 봄으로의 함몰
5. 꽃물, 들다
6. 바람 길목
7. 낮달, 그대 숨결
8. 봄의 끄트머리
9. Marry Me
10. 다시, 봄
에필로그
작가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