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너, 네가 왜?”
다시 마주할지 몰랐던 남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당신, 나 알아?”
그토록 기다리던 여자가 눈앞에 나타났다.
끝없이 밀어내며 잊었다고 믿었던 남자는 속수무책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나랑 만나 볼래요?”
“뭐?”
“나랑 다시 시작해볼 생각 없냐고요.”
“너, 프러포즈한다며?”
“네.”
“그런데 나랑?”
“그거랑 그거랑 무슨 상관이에요?”
이 말도 안 되는 제안에 마음이 흔들리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끝없이 밀어내며 잊었다고 믿었던 남자는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흔들기 시작했다.
#시작도 안 했어
#이번엔 도망 못가
#난 흥분했는데
#미치게 하고 싶거든
#같이 놀아요, 혼자 놀지 말고
#좋네. 불 꺼진 작업실
[미리보기]
명함을 내밀고 있던 아리의 손끝이 파르르 떨려왔다. 자신을 기억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호텔에서의 일도 모른 척 하던 남자가 자신을 불렀다. 한순간도 잊히지 않던 음성으로 예전과 변함없는 감정을 담은 듯한 소리가 퍼졌다. 힘겹게 들어 올린 시선에 그가 옅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똑 부러지는 성격은 변함없네요. 사장님.”
늘 자신을 부르던 호칭으로.
“너.”
목소리가 떨려오는 느낌에 말을 더 잇지 못했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는데 그가 반가움인지 뭔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말했다.
“오랜만이에요.”
어째서 모르냐던 궁금증이 우스울 만큼 그는 자신을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더불어 지금까지 자신을 우롱하고 있었음을 깨달으니 화가 치밀었다. 명함이 일그러지도록 움켜쥔 손이 떨려왔다.
“언제부터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일 것 같아요?”
“지금 나랑 장난해!”
픽 웃으며 되묻는 발에 기어이 화가 터져 나왔다.
엄한 외침에도 아랑곳하지 않은 그가 고개를 숙여 가까이 다가왔다.
“아직도 원나잇을 즐기네요.”
이어지는 그의 낮은 속삭임에 얼굴에 붉어졌다. 놀란 가슴에 손으로 입술을 가리며 말을 더듬었다.
“그, 그건.”
이런 말이 나오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불시에 들러붙은 습한 공기가 그날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한 걸음 앞으로 더 다가오는 그를 피해 뒷걸음질 쳤지만 그는 마치 어디까지 도망가는지 궁금하다는 듯이 묘한 눈웃음을 지으며 거리를 좁혀왔다.
발치에 뭔가 닿으면 다른 길로 또 뭔가 닿으면 다른 길로. 필사적으로 그에게서 멀어지기 위해 움직이던 발이 급기야 막다른 곳에 당도했다. 작업실로 들어서는 문이 등에 닿자 진득하게 얽히는 그의 시선을 피하듯 고개를 돌렸다.
빠져나갈 곳이 없는 곳에서 그의 손이 시선을 차단하듯 눈앞에 놓이며 작업실 문을 짚었다. 다시금 고개를 내린 그가 귓가를 뜨거운 숨을 불 듯 속삭였다.
“늘 생각했어요. 사장님을 안으면 어떤 느낌일까 하고.”
아리는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어쩌자고 무모하게 그에게 안겼는지 다시금 그날이 미치도록 후회스러웠다. 생각을 떨치듯 입술을 짓이기던 아리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저리 비켜.”
그러나 그는 절대 물러서지 않을 듯이 몸을 밀착시켜왔다. 열기를 품은 손이 아리의 귓바퀴를 쓸었다.
“사장님은 어땠어요?”
“지금 뭐 하는!”
그의 손을 떼어내려 고개를 조금 더 트는데 그의 입술이 목덜미에 닿았다. 흠칫 놀란 아리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물컹하고 야릇한 할짝거림이 목덜미를 쓸고 그의 목소리가 울렸다.
“좋았잖아요. 완전.”
작가소개
사나운다람쥐
뒤늦게 찾은 미미한 재능으로 날갯짓을 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