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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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도 설렁설렁, 수술도 설렁설렁.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촉망받는 능력자,
정명대학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한재열.
“나가라, 꼬마야.”
욕심이 든 눈빛으로, 모가 난 말투로
늘 뾰족하게 세상을 살아가는
정명대학병원 신경외과 레지던트, 문해은
“내가 제일 싫어하는 부류야. 대충 대충 사는 사람.”
1년 후
이 웬쑤들은 외나무다리, 아니 블라디보스톡의 한 병원에서 재회한다.
같은 시간, 같은 공간에 다시 함께 머물게 되었을 때
남자는 여자를 사랑하기 시작했다.
차가운 눈덩이가 뒹구는, 인디고 블루의 바다 같은 여자를.
“너한테서 사랑받는 건 어떤 느낌일까. 그게 궁금해.”
-본문 중에서-
이 녀석을, 마음에 두고 있었구나, 내가.
스치듯 머릿속을 지배하는 깨달음에 재열은 낮게 한숨을 터뜨렸다. 어쩌면 가르쳐달라며 오만하게 자신을 찾아온 그녀를 처음 봤던 그 순간부터였는지도 모른다. 해은이 이곳으로 온다는 소식에 남몰래 미소를 지었던 것도 그래서였는지도 모른다.
아, 골치 아픈 일이 생겨버렸군.
제 아픔으로 힘겨워하는 여자 앞에서, 재열은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망설이던 손을 뻗어 해은의 정수리를 쓰다듬었다. 그녀가 움칫하는 게 느껴졌지만 그는 손길을 거두지 않았다.
“나한테 너를 버리는 거라면 얼마든지 받아주지. 하지만 몸으론 안 돼. 다른 방법을 찾아봐.”
“겁쟁이네요, 교수님은.”
“내가?”
“저하고 깊은 관계가 되는 게 두려우시잖아요.”
“그럴 리가. 난 사람이든 물건이든 한 번 물면 안 놔. 다만 순서가 틀렸잖아. 몸부터 섞자고 들이대는 게 어딨어.”
혀가 꼬여 불분명한 발음으로 앙탈을 부리던 해은이 물끄러미 시선을 들었다. 텅 비어 흐려진 눈동자가, 재열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침묵도 잠시, 해은이 엉거주춤 일어서며 말했다.
“그럼, 이것부터 하면 돼요?”
그 일은 순간적으로 일어났다. 몸을 일으킨 해은이 재열의 목에 두 팔을 감고 발뒤꿈치를 힘껏 든 채로 그에게 입술을 부딪쳐 온 것이다. 비틀거리는 그녀의 허리를 자신도 모르게 붙들었다. 그 바람에 그녀와 더욱 밀착이 되어버렸다.
몸 곳곳이 여체와 겹쳐졌다. 젖가슴부터 늘씬한 허리를 지나 사타구니의 아찔한 굴곡까지 모두 감각해버렸다. 사지가 엉겨들고 숨소리가 섞였다.
부드럽게 닿아오는 입술에선 술 냄새가 가득했다. 재열 자신도 덩달아 취기가 오르는 착각이 들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해은은 지금 자신이 하는 행동이 어떤 건지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 이 순간이 지나고 나면 그녀는 분명히 이 행동을 후회하게 될 거라는 것.
재열은 그녀의 도발이 쓸쓸하게 느껴졌다.
난 이렇게 흔들리고 있는데, 너는…….
[작품 공지]
본 작품은 [인디고 블루] 작품에 추가되어 있는
외전과 동일한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