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내 아비가 내게 준 이름은 불행과 화근이었는데 넌 날 꽃이라 불렀지.”
“당신은 언제나 꽃이었어요, 요괴였을 때도, 지금도.”
예루는 손으로 화요의 얼굴을 감쌌다. 그리고 그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꽃다운 나의 요괴님.”
4계에 그 이름을 떨쳐 투신이라 불리는 사내. 홍화신창의 주인.
천인 중 유일하게 날개를 가진 자, 화왕(禍王).
아비의 저주로 반려도 없이 전장을 떠돌아다니던 그에게
삶은 그저 살아가는 것이었다.
아무런 목적도, 이유도 없이.
그런 그가 처음으로 삶이 지루하지 않았다.
순간순간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을 화요라 부르며 웃어 주는 예루의 존재만으로.
날 때부터 반려를 잃고 평생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고 생각했건만,
이름을 불린 것만으로 이토록 가슴을 뛰게 만드는 게 사랑이 아니면 뭐겠는가.
비록 그녀가 자신과는 맺어질 수 없는 반요라 하더라도,
절대 놓아주지 않을 것이다.
[본문 내용 중에서]
“내가 싫어졌어요?”
문득 이 남자가 후회하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라고?”
“이젠 나랑 같이 있기 싫어진 건가요?”
예루가 다시 물었다.
그는 꿀 먹은 벙어리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바위처럼 우뚝 서 있을 뿐이었다. 말을 하고 나서야 예루는 자신이 바보 같은 질문을 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화요는 계속 날 피했잖아? 그게 무얼 의미하겠어?
“내가 한 말은 전부 잊어버려요.”
눈가가 시큰거렸다.
이 자리를 벗어나야 했다. 어디 구석진 곳을 찾아서 꽁꽁 숨어 버리고 싶었다. 돌아서는데 갑자기 등 뒤에서 억센 손길이 뻗어 왔다. 허리를 붙잡힌 예루는 그에게서 벗어나려 발버둥 쳤다.
“이거 놔요!”
“그런 게 아냐.”
“아니긴! 아닌데 역병 피하듯 도망 다녀요?”
“난 그저…….”
화요는 정확한 대답을 하지 못하고 머뭇거렸다. 그 모습에 더 화가 치밀었다.
“놔요!”
예루가 계속 버둥거리자 화요는 그녀를 돌려세웠다. 그리고 예루의 손을 끌어당겨 자신에게 가져다 댔다.
“이게 거짓말 같아?”
화요가 이를 악문 채 내뱉었다. 예루는 손끝에 닿는 낯선 뜨거움에 놀라 숨을 삼켰다.
“난 지금 널 덮치고 싶은 걸 겨우 참고 있어. 그러니까 넌 내게서 떨어져 있어야 해.”
그가 거칠게 으르렁거렸다.
“왜…….”
예루는 손을 뿌리치지도, 오므리지도 못하고 뻣뻣이 굳었다.
“넌 인간이나 다름없이 약하고, 난 한 번도 여자를 안아 본 적 없어. 널 다치게 할까 봐 겁이 나.”
겁이 났다고? 겁이라는 단어조차 모를 것 같은 이 남자가?
옷감을 뚫고 전해지는 열기가 손바닥에 화인처럼 흔적을 남겼다. 그에게서 열이 옮은 건지 심장이 뜨거워졌다. 손바닥 안에 갇힌 물건은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흥분한 상태면서도 제게서 떨어지라고 겁박하다니.
그러니까 이 남자는 그녀를 걱정한 거였다.
“말도 안 돼.”
예루가 무심코 중얼거리자 화요가 발끈했다.
“뭐가 말이 안 되는데?”
붉은 보석 같다고 생각했던 눈이 뜨거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 예루는 일렁이는 불처럼 시시각각 짙어지는 그 붉은빛에 사로잡혔다.
“……당신은 날 다치게 하지 않을 거니까요. 사랑이 아플 리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