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격렬한 정사 뒤에 느꼈던 씁쓸함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 충격이었다.
충격이 너무 커 두려울 정도였다.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게 그럼…….”
“수술했어.”
미운오리새끼였지만 이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한 남자를 사랑하고 온전하게 그만을 생각하는 시간이 행복했었다.
하지만.
“이혼하고 싶어요.”
“이혼?”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통속적인 말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렇기에 떠나야만 한다.
자신이 백조인 걸 모르는 미운오리새끼, 유일하게 한 남자만을 원했던 서지인.
사랑받는다는 것도 사랑을 주는 것도 무엇인지 모르는 지독한 에고이스트 민시훈.
본문 중에서
거실에 있는 욕실에서 그녀가 씻고 나와 거실에서 들어갈 수 있는 드레스룸에 문을 열고 들어가 잠옷을 입고 왔을 때, 그는 잠옷을 입고 단정히 누워 잠들어 있었다.
“잘, 자요.”
너무 나지막이 말해 그에겐 절대로 들리지 않을 말이었다. 옆자리의 시트를 살짝 걷어내며 누운 지인은 시훈처럼 바른 자세로 배에 손을 깍지까지 끼고 눈을 감았다.
마지막 섹스 후, 마지막으로 그의 옆에서 자는 시간이었다.
그처럼, 단정하게 누워서. 그처럼 아무렇지 않은 척.
지인은 두 시간가량 잠들었다가 깼다. 깊게 잘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조심스럽게 시트를 걷어냈다. 혼자 놀라 그를 살폈지만 그는 미동도 없이 잠들었을 때 그 자세대로 자고 있었다.
끝까지 긴장을 늦추지 않으며 거실로 나온 지인은 그제야 마음을 놓았다.
거실 또한 침실과 같은 깊은 침묵을 지니고 있었다.
그녀는 평온한 얼굴이었다.
“잘 있어요.”
사랑하기 때문에 떠난다는 뻔하고 구차한 얘긴 하지 않으리라.
“그래도.”
그렇기 때문에 떠나는 것을 부정하진 않을 것이었다.
지인은 다시 한 번 더 환하게 웃으며 가벼운 걸음으로 현관문을 닫았다.
달칵, 미세하게 거실에 울린 문 닫힘 소리는 밤의 침묵을 가르지 못했다.
그녀가 돌아선 거실 테이블 위엔 아내(처) 란 밑을 빼곡하게 채워 쓴 빳빳한 이혼 신고서가 놓여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