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돌아가신 어머니를 되찾기 위해 염라국에 가야만 하는 동해 용왕의 딸, 미파랑. 어렵사리 만난 저승사자는 그녀의 청을 들어주는 대신, 한 가지 조건을 걸어 온다. 명도 안 끝났는데 자꾸 스스로 죽으려는 남자, 주혁을 일 년 동안 지켜보라는 것! 그렇게 미파랑은 그에게 일방적 통보를 하고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다. 티격태격하면서도 서서히 가까워지는 두 사람. 그러나 평범한 인간인 줄 알았던 주혁에게 깜짝 놀랄 비밀이 있음을 알게 된 미파랑. 게다가 그녀의 오빠인 해수호와도 안타까운 인연이 얽혀 있었는데……. ▶잠깐 맛보기 “너 웃는 거, 처음 봤어.” “원래 잘 안 웃어.” “왜?” “그야 뭐, 웃을 일이 없어서?” “왜 웃을 일이 없는데?” 글쎄, 왜 웃을 일이 없을까. 새삼 곰곰이 생각하던 주혁이 고개를 돌려 파랑을 바라보았다. 대답을 기다리듯 이쪽을 쳐다보는 얼굴이 사뭇 진지하다. 근데 얜 네 살짜리처럼 왜 이렇게 질문이 많지. “몰라.” 좀 멋진 대답을 해 주고 싶건만 타고난 말재간이 턱없다. 아니나 다를까, 상대는 맥이 빠진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홱 돌려 버렸다. 왠지 좀 멋쩍어져, 주혁은 묵묵히 도어록 키패드만 꾹꾹 눌렀다. “배고프다. 김치볶음밥 해 줘. 나, 주말 내내 맨밥만 먹었어.” 그러면서도 잘도 죽을 끊여다 대령했다. 오만상을 찌푸리며 멀찌감치 떨어져 서서, 모가지가 긴 나무 주걱으로 대충 냄비 속을 휘휘 젓는 모습이 눈앞에 그려졌다. 안 봐도 뻔하다. 저도 모르게 또다시 터지려는 웃음을 억지로 붙들며, 주혁은 말없이 파랑의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뭐야. 왜 그렇게 보지?” “아니야. 아무것도.” 그는 성의 없이 얼버무리며 고개를 돌렸다. 서서히 데워지던 물이 끓는점에서 요동치듯, 천천히 차오른 호감은 어느 순간 진화해 버린다. 의식하기 시작한 순간 감정은 걷잡을 수 없어진다. 사실 처음 봤을 때부터 자신이 없긴 했다. 저렇게 생긴 여자랑 한집에 살면서 삼시 세끼 얼굴을 맞대는데 아무 생각이 들지 않는 남자가 있다면, 그게 외려 심각한 문제일 테다. 기어이 홀리고 만 건가. 본인은 의도치 않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