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남편의 장례식장에 그가 나타났다.
언제 왔어요?
물으려다가 수정은 입을 닫았다. 어젯밤 섹스를 마치고 그의 품에 안겨 잠들 때와는 기분이 달라졌다. 그는 자신을 한입에 삼켜 버리려는 적이었다. 어떤 전략을 가지고 있든 그녀로서는 경계해야 할 대상.
적의 신분을 고스란히 알려 주듯 앉아 있는 강현준은 컸다. 넓은 어깨 근육이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셔츠를 입고 있어서일까. 그의 아래에 깔리고 어깨에 매달렸던 기억이 선연했다. 그런 이미지가 섹시했다. 그를 섹시하다고 생각하는 자신이 싫다.
음란함을 밝히는 섹스의 화신. 지치지 않는 개.
강현준이 밉다.
“기척 좀 해요. 무섭게 생긴 사람인 거 알죠?”
그의 등장에 별다른 감흥이 없는 듯 수정이 스텐 볼을 개수대에 넣으며 말했다.
“금시초문인데.”
낮고 굵은 저음의 보이스가 그의 야하고 퇴폐적인 이미지에 헌신한다. 신혼여행, 그 며칠이 그에 관한 의식을 완전히 뒤바꿨다. 원래 편한 적 없지만 더 편하지 않은 사람으로.
스윽, 그가 일어서는 게 느껴졌다.
수정은 잠시 멈췄던 손을 움직여 레버를 올렸다. 쏴아아, 시원스레 쏟아지는 물줄기가 스텐 볼을 채우기 시작했다. 다른 조리도구들을 볼 안에 담그며 자연스럽게 행동했지만 사실 편하지 않았다. 그가 이쪽으로 다가오는 걸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의 옆으로.
“…….”
그가 멈춰 섰다.
탁.
그러고는 수정을 대신에 레버를 내렸다. 잠시 공간을 채웠던 물소리가 끊기자 꿀꺽, 침을 삼키는 소리까지 그에게 들릴 것 같았다.
이곳에서 어쩌면…….
수정은 알 것 같았다. 느낌이 강력했다.
조리대에 반죽을 긁어내던 고무 주걱이 하나 남았다. 그것을 들어 스텐 볼에 넣으며 수정이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오늘 안 올 줄 알았는데.”
“나도 그럴 줄 알았어.”
-본문 중에서-
“알고 있어.”
그가 손가락을 빼냈다. 그러더니 갑자기 쪽, 그것을 혀로 빨았다.
“달고 쓴 맛.”
미친!
수정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저질!”
“개 같지?”
그가 속삭이며 웃었다.
“개처럼 잘 빨기도 해.”
그가 천천히 무릎을 꿇었다. 뭘 하려는 것인지 잘 알고 있다.
다리를 들어 어깨에 올리자 수정이 뒤로 손을 기댔다.
“흐읍…….”
고개를 돌리며 눈을 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