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같이 떨어져. 지옥으로.
강남 신사동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플로리스트 서윤은 오래된 친구 진헌이 3년 만에 한국 땅을 밟았다는 소식을 듣고 그를 기다린다. 고등학교 동창이자, 짝사랑하던 남자, 그리고 도련님이 될 뻔한 그. M&A 전문가로 기업 사냥꾼이 되어 돌아온 진헌은 그런 서윤과 우연을 가장해 맞닥트리고, 그녀에게 오랜 기간 숨겨 왔던 비밀을 이야기한다. 형의 여자였지만, 그에게는 ‘첫 여자’였던 서윤. 진헌은 지금, 금기 아닌 금기를 깨트리려 하는데….
▶잠깐 맛보기
“기다릴 만큼 기다렸으니 해 볼까?”
“뭘?”
“키스 혹은 더 야한 짓?”
진헌이 상대를 살피는 육식 동물처럼 우아하고 느리게, 하지만 위협적으로 다가오자 심장이 파열될 것처럼 뛰었다. 그의 입술이 그녀의 입술을 느리게 깨물었다.
“이런.”
씹힌 입술을 손으로 쓸며 싱긋 웃는 모습을 대하자 이유는 모르지만,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았다. 내가 나만의 지옥에 빠져 있었을 때 너는 그보다 더한 지옥에 살았겠구나.
“기뻐해야 하나? 아니면 그 반대일까?”
입술이 떨어지자 진헌이 빈정댔다. 진헌의 메마른 시선을 마주한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뱀이 똬리를 트는 소리를 들은 것처럼 신경이 곤두섰다. 아무런 감정이 없는 진헌의 삭막한 눈초리가 맥박이 빠르게 뛰는 목 언저리를 지나, 허공으로 불룩 솟아오른 가슴으로 미끄러지며 떨어졌다.
“제발. 보지 말고 그냥 날 안아.”
“왜 들킬까 봐?”
“내가 뭘 들킨다는 건데?”
“아무리 괜찮은 척해도, 나 때문에 떠는 거 다 보이고 느껴지거든.”
진헌이 서윤의 귓가에 입술을 붙이고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