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ynopsis

“이렇게 합시다. 영화 세트를 제주도에 지으면 어떻습니까? 그러면 화영 씨가 일을 그만두지 않고도 충분히 가능할 것 같은데.” “네?” 나는 정말로 깜짝 놀랐다. 세트를 제주도에 짓는다고? 그게 가능한 건가? “연기력 문제야 화영 씨한테 많은 걸 기대할 상황이 아니란 걸 모르는 바도 아니고 나로선 일단 영화를 마무리 짓는 게 목표니까.” “진짜 끈질기시네요.” “내가 좀 그런 면이 있지.” 남자가 웃었다. 냉정해보이던 눈매가 아래로 살짝 휘어지며 가늘어지고 입 꼬리가 뺨 쪽으로 길게 당겨지며 시원스런 웃음이 얼굴에 가득 나타났다. 갑자기 시야가 환하게 밝아지는 기분이었다. “얼마나 함께 일해야 하는 거죠?” “길면 한 달? 보름 정도 휴가를 받을 수 있다면 좋은데. 최대한 그 안에 찍고 나머지 빠진 분량은 조금씩 짬을 내서 완성하고.” “얼마나 주실 건데요?” 내가 물었다. 어제는 전혀 실행가능성이 없는 제안이라고 생각하는 바람에 수고비에 관한 걸 묻지 않았었다. “일단은 처음이고, 실력이 검증된 것도 아니니까…….” 이것 봐라. 충분히 할 수 있다고 비행기를 태울 때는 언제고 돈 얘기가 나오니 대번에 몸값을 깎으려는 수작이다. “천만 원 정도?” 천만 원이란 소리에 내 입이 떡 벌어졌다. 한 달 일하는 대가로 천만 원. 급여생활자로서 충분히 솔깃해질 만한 액수였다. “정말요?” “너무 적은가?” “더 줄 수도 있어요?” “음. 화영 씨가 일을 얼마나 해내는지 봐서.” 남자가 내 눈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그와 눈이 마주치자 심장이 덜컥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새카만 눈동자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만 같았다. “계약, 합시다.” 남자가 큼직한 손을 내 앞으로 내밀었다. 계약. 나는 남자가 말한 계약이란 단어를 머릿속으로 되뇌며 그가 내민 손을 바라보았다. “어서 잡아요.” 나는 망설이면서도 남자가 내민 손을 잡았다. 그건 아마도 내가 어젯밤 느꼈던 아쉬움에 대한 반동 때문이었을 것이다. 앨리스가 시계토끼를 따라 토끼 굴로 들어갔던 것처럼 나도 일상을 떠나 생각지도 못했던 무언가가 되고 싶었던 건지도 모른다.

Serialization Info

Web Novel

Service languages
Kakaopage
Kakaopage12/23/2016
AnyToon
AnyToon04/28/2022
Naver Series
Naver Series04/08/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