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퇴마사는 영가(靈駕)를 제압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
영가를 소멸(消滅)시키기 위한 퇴마를 하는 영가백정 이강훈.
살아 있는 자의 세계를 어지럽히는 영가들의 존재는
강훈의 마음에 분노만을 담게 만들었다.
그들을 볼 때마다 떠오르는
피비린내 나는 자신의 기억을 지울 수 없기에.
그러나
영혼을 천도(薦度)시키기 위한 퇴마를 하는 아웃사이더 백정윤.
자신의 쌍둥이 오빠를 수호령으로 달고 다니는
그 헛똑똑이 퇴마사의 맑은 눈물을 본 순간,
강훈의 마음에 시작된 작은 흔들림.
그 흔들림은 곧 알 수 없는 두근거림으로
그의 마음을 채우기 시작하는데…….
▶책 속에서
“난…… 친구가 없어. 친했던 친구들은 정하가 죽던 날 같이 죽거나 다쳤어.”
“그랬군.”
“친구가 없으면 어때? 바빠서 만날 틈도 없는데.”
대수롭지 않은 듯 어깨를 으쓱했지만 얼굴에 드러난 씁쓸함까지는 미처 다 가릴 수 없었다.
“같이 영화 볼 친구가 필요하거나 술친구가 필요하면 전화해. 아무 때나 상관없으니까.”
‘뭘 잘못 먹었나? 진짜 왜 저래?’
지난번 암자에 다녀온 후부터 딱히 뭐라고 콕 찍어 말할 수는 없지만 강훈의 태도에서 미묘한 변화가 느껴졌다. 일 때문이 아니면 전화 한 번 안 걸던 사람이 별일도 없이 안부 전화를 걸지 않나, 청소를 돕겠다고 선뜻 나서지를 않나. 거기다 뜬금없이 때 지난 숙박료를 갚겠다며 사무실 집기들을 사 준다는 것도 이상하고……. 보통 이런 건 남자가 여자에게 흑심을 품었을 때나 하는 행동이 아닌가? 그럼 설마 이강훈이 나를?
“저기, 이강훈!”
“왜?”
“너 혹시…… 나 좋아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