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 키워드 : 현대물, 가상시대물, 궁정물, 복수, 오해/착각, 왕족/귀족, 정치/사회/재벌, 소꿉친구, 재회, 애증, 미인공, 강공, 까칠공, 짝사랑공, 집착공, 황태자공, 헌신수, 단정수, 외유내강수, 순정수, 짝사랑수, 후회수, 능력수, 변호사수, 시리어스물, 사건물, 삽질물, 애절물, 3인칭시점
“도망치자, 우리.”
입헌군주제 국가 대한민국의 황태자, 이건.
선택할 기회 없이 단지 그리 태어났을 뿐인데
운명은 언제나 자유로운 삶을 박탈해 갔다.
하여 가장 친한 태희와 궁궐 탈출을 계획했지만
그는 건과의 일탈 대신 황녀와 약혼하며
절정의 권력을 노리는 아버지 윤 총리의 야망에 돛을 달아 준다.
그렇게 예기치 못한 배신의 상처를 새기며
돌연 유학을 떠난 뒤 8년.
다시 돌아온 건은 황제의 병환과
그에 얽힌 총리의 음모를 마주하고
복수를 위해 태희를 이용하고자 하는데…….
“며칠만 기다려. 네 아버지가 얼마나 추잡한지는 알기 싫어도 곧 알게 될 거야. 브리핑할 자료가 준비되면 다시 연락할게.”
“날 얼마나 믿어?”
“안 믿어.”
“그럼 왜 나한테 왔어?”
건은 물끄러미 태희를 직시했다.
“널 다치게 하고 싶어.”
▶잠깐 맛보기
“아마 너는 사랑도 숙제처럼 하겠지.”
“…….”
“키스는 허락부터 받고, 섹스는 가능한 한 정중하게.”
건네는 말은 질문이 아니라 혼잣말처럼 들렸다. 그것은 비수처럼 가슴팍에 와 박혔다.
“네가 하는 연애랄 것도 너무 예상했던 대로일 것 같아서. 선이는 널 가졌는데도 늘 목이 마를 거야.”
문득 건은 장기가 다 뒤틀리는 듯했다. 손에 닿을 만큼 태희가 가까이에 서 있었다면 그를 붙잡고 무슨 짓이든 저질렀을 것만 같았다. 제발 내 눈앞에서 꺼져 줬으면. 몇 번이나 이 생각을 했는지 모른다. 한국에 돌아온 뒤로 자의로도, 타의로도 자꾸만 태희와 마주쳤다. 하루에 몇 번인 날도 있었다. 그의 도움이 필요했던 오늘처럼.
더 같이 있었다간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주고 말 것 같았다. 아니, 그런 건 모두 핑계다.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게 될 것 같았다. 가장 보여 주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건에게 태희의 존재는 일종의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같은 거였다. 건은 태희를 돌려보내려고 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말은 정반대로 흘렀다.
철컥. 후원의 모든 자동 개폐식 뒷문이 순차적으로 닫혔다. 그리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양 후원 가로등의 불빛들이 점층적으로 몸을 사렸다. 주홍색 빛은 조금씩, 조금씩 흐려졌다. 사위에는 어둠이 내려앉았다. 풀벌레 우는 소리가 조그맣게 들렸다. 먼 곳에서 물 흐르는 소리, 날카로운 겨울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소리. 흘러간 바람 한편에는 건과 태희의 숨결도 섞여 있을 것이다. 후원에 비친 달빛을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끈질기게 시선을 부딪치고 있었다.
그때였다. 터엉! 미약한 소등 소리와 함께 모든 가로등이 꺼졌다.
이렇게 달이 우리를 비추던 날의 그 밤. 그걸 너는 기억하고 있을까.
“윤태희.”
침묵하던 건은 느릿하게 입을 뗐다.
“자고 갈래?”
새벽 1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