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남들은 바람을 몰고 다니는 아이라지만 난 바람이 좋아.
난폭한 바람이건, 차가운 바람이건.
내 마음을 어지럽히는 바람이라도
그 존재에 두 볼을 비비고 안길 틈이 보인다는 게
난 너무 좋아.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날, 홀로 시골에 농사를 짓는 부친이 어렵게 쥐어준 2백만 원.
그 돈을 건네주시며 우리 딸은 하고 싶은 거 살라고, 나처럼 평생 땅만 파면서 고생하지 말고
서울 가서 자리 잡으라던 말씀을 하며 눈시울이 붉어지시던 늙으신 아빠.
“아저씨가 뭔데 남의 병원비를 내고 그래요? 저 거지 아니거든요? 저도 그 정도 돈쯤은 있다고요!”
눈에 그렁그렁 눈물이 맺힌 채 성난 아기 고양이처럼 힘겹게 몸을 도사리며 화를 내는 여자.
잘해주고 싶은데 늘 그렇게 그녀는 호진을 몰아세우고 있었다.
그 필사적인 모습에 화가 났다.
“그럼 갚으면 되잖아. 갚아. 오늘 당장 갚으라고!”
쇳소리가 섞인 음성이 저절로 터져 나왔다.
‘이게 내 현실이라면 피하지 않을 거야. 어떤 일이 있어도 다시 시작할 거야.’
바람과 비를 몰고 온 아이라고 해도 난 바람 속에 살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