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고등학생 시절 짝사랑하던 하세가와 수학 선생님과
우연히 맞선 자리에서 다시 만나게 된 아야네.
복잡한 집안 사정 때문에 만 스무 살이 되면 정략결혼을 해야 하는 아야네는
가짜라도 좋으니 자기의 약혼자인 척을 해달라며 하세가와에게 애절하게 부탁한다.
처음에는 냉정하게 아야네를 밀어내려던 하세가와도 점점 마음을 여는 것 같았지만,
하세가와에게는 누군가와 두 번 다시는 사랑할 수 없는 복잡한 사연이 있는데….
사람의 마음도 수학으로 증명할 수 있을까?
서로의 마음을 증명하려고 하면서도, 각자의 마음은 숨기려고 하는
선생님과 옛 제자의 애틋한 로맨스.
#현대물 #맞선 #전문직 #천재 #오해 #권선징악
#재회물 #첫사랑 #사제지간 #나이차커플 #계약연애/결혼
#뇌섹남 #능력남 #다정남 #상처남 #철벽남
#평범녀 #다정녀 #상처녀 #짝사랑녀 #순정녀 #동정녀
#성장물 #애잔물 #삽화 #TL소설 #TL삽화
<본문 중에서>
어쩐지 꿈 같은 시간이었다. 처음으로 선생님과 그렇게 길게, 친하게 대화를 나눴다. 같은 우산을 쓰고 계속 어깨가 맞닿았다. 우산을 잡은 손가락, 손목, 이른 아침의 숲이 떠오르는 향.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뜨거워져 두근거렸다. 자기에게 이런…… 밝고 두근거리는, 가슴이 뛸 만한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도 놀라웠다. 생각해 보면 하세가와의 사진을 봤을 때부터 얼마나 일희일비했을까. 그런 감각은 부모님을 잃었을 때부터 계속 잊었던 것 같은데.
계속 비에 젖으며 생각에 잠긴 아야네는 충동적으로 얼굴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 괜찮을까? 여기서 헤어지면, 두 번 다시 보지 못한다. 두 번 다시, 선생님과 만날 수 없다.
그 생각에 아야네는 문을 열고 뛰었다.
“……선생님!”
비에 젖은 회색 세상 속에 하세가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아야네는 물웅덩이를 걷어차면서 달렸다.
이렇게 끝내고 싶지 않았다. 가슴에 다시 피어오른, 다정하고도 담담한, 그래도 절대 사라질 리 없는 불꽃을 깨달은 지금, 그걸 없던 일로 하고 살 순 없었다.
‘하지만 그 혼돈에 단 하나, 1을 더하기만 하면 0이 돼. 즉 답은 0이 되는 거야.’
‘그 등식이 가진 아름다움의 의미는 헤아릴 수 없어. 마치 암흑에 떨어진 물방울 하나가 모든 걸 빛으로 바꾸는 것 같은 거야.’
지금도 오일러 항등식의 뜻은 정확히 알지 못한다. 그래도 이것만큼은 지금 제대로 깨달았다. 자기 인생은 알 수 없는 것들과 얽혀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선생님은…… 그 모든 걸 빛으로 바꿔줬다. 자기에게 있어 선생님은 하나의 물방울이었다.
교차로에 도착하자 보행자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었다. 하세가와는 그 건너편 길에 있었다.
망설일 틈도 없이 아야네는 차도에 뛰어들었다. 출발하려던 차가 깜짝 놀라 빵 하고 소리를 냈다. 건너편 도로에 있던 차는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놀란 듯이 뒤돌아본 하세가와는 우산을 던지고 뛰어든 아야네를 잡아당겼다.
“위험해!”
팔이 잡힌 아야네는 하세가와에게 안겼다. 심장이 뛸 듯이 두근거렸다.
“무슨 짓이야, 위험하잖아!”
“저, 저도, 맞선 보고 싶지 않아요. 실은 결혼도 아직 하기 싫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