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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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를 쳤으면 수습을 해야지. 이스탄 왕국에 다녀와.”
서대륙을 지배하는 대제국, 레타니아 제일의 미남자라 불리는 에런 스에델라 드미어 백작.
여성은 물론 남자들까지 그의 매력에 속절없이 무너지는 제국 제일의 미남자 에런은 그의 명성답게 치정 사건을 일으켜 결국 중앙 대륙의 작은 나라, 이스탄의 외교사절단으로 추방 아닌 추방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게 된 이스탄의 왕 타하르 알 아나드.
처음 봤을 때부터 에런은 타하르 왕에게 이끌리고, 타하르 왕 역시 에런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러나 종교적인 이유로 두 사람 간의 이끌림을 부정하던 타하르 왕은 에런에게 생긴 예기치 못한 사건으로 결국 자신의 마음을 인정하게 되는데…….
항상 사랑을 갈구하지만 진실한 사랑을 해본 적도, 받아 본 적도 없는 남자와
언제나 진실한 사랑만을 해온 남자의 이야기.
키워드
[본문 내용 중에서 ]
타하르는 홀린 듯이 한 손으로 에런의 턱을 가볍게 쥐고 몸을 숙여 그에게 입을 맞췄다. 에런은 타하르의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자 반사적으로 눈을 감았다. 갑작스러운 키스에 조금 당황하긴 했지만 에런의 심장도 타하르만큼이나 빠르게 뛰고 있었다.
포개지는 왕의 입술은 다정했다. 그에게서는 사막의 냄새가 났다. 바람의 냄새, 모래의 냄새, 그리고 오아시스에서 맡을 수 있었던 초목의 냄새. 입술이 맞붙어 있던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에런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타하르가 떨어져 나갔을 때 에런은 그의 등 뒤로 별이 쏟아져 내릴 것 같은 사막의 밤하늘을 보았다. 모든 것이 너무나 낭만적이고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그래서 에런의 반응이 조금 늦어진 사이, 타하르는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를 깨달았다.
그는 얼른 에런을 밀어내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순식간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한순간의 충동으로 일어난 일이었다. 에런이 귀여워 보였고 그의 입술만이 눈에 들어왔다. 뭘 어떻게 하려고 한 건 아니었는데 이미 그를 끌어당겨 입을 맞추고 있었다.
자신이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알 수 없어서 타하르는 당황한 나머지 밖으로 뛰쳐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에런이 황급히 그런 타하르의 손을 붙잡았다. 타하르가 자기도 모르게 뒤로 물러서려 하자 에런은 아예 타하르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깨를 붙잡은 손아귀의 힘은 생각보다 강했다. 에런은 타하르의 얼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미, 미안하오. 내가 잠깐 어떻게 되었나 보…….”
당황한 나머지 더듬거리며 말하던 타하르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하고 눈을 크게 떴다. 에런의 입술이 그의 입술 위에 포개져 있었다. 너무 놀라 눈조차 감지 못한 그의 두 눈에 에런의 얼굴이 들어왔다. 긴 속눈썹이 보이고 어둠 속에서조차 하얀 얼굴이 보였다. 당황해서 굳어져 있는 그의 등을 에런의 팔이 부드럽게 감싸 안았다.
“왜 사과를 해요? 내가 싫어요?”
에런이 타하르의 귓가에 속삭이듯 물었다.
“나는 좋았는데?”
타하르가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는 모습을 보며 에런은 생긋 웃더니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타하르는 감히 밀어낼 생각을 하지 못한 채 보고만 있었다.
바짝 달라붙은 에런의 체온이 따스했다. 그에게서는 모래 냄새와 함께 이스탄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은은한 향내가 났다.
“사실은 제가 전하를 많이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전하도 저한테 마음이 있는 것 같은데, 그럼 우리가 원하는 건 같은 게 아닐까요?”
타하르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에런의 느닷없는 고백에 놀란 나머지 그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런 타하르를 에런은 진지하게 마주 보았다. 그는 흔들리는 왕의 눈 속에 떠오른 욕망과 갈등을 바로 읽어냈다. 그래, 이스탄은 보수적인 나라라고 했지. 에런은 왕이 어째서 망설이며 고뇌하고 있는지 바로 깨달았다. 하지만 드디어 찾아온 기회를 놓칠 마음은 눈곱만큼도 없었다.
그는 주저 없이 왕의 목덜미를 끌어안고 머리를 끌어당겨 그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댔다. 그러고는 그대로 눈을 감았다.
타하르는 숨을 죽인 채 말없이 에런을 바라보았다. 기다란 속눈썹과 오뚝한 코,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유혹적으로 보이는 붉은 입술이 그의 눈을 점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