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딴 여잘 떼어내려고 내 입술을 훔쳐간 그놈과 이대로 첫날밤까지?
풋풋한 첫 고백뽀뽀부터 쌍코피 좔좔 터지는 첫 경험까지 어쩌다 사전예약 해버린 계약신혼일기.
“내가 말했잖아요, 허락을 받으라고. 결혼해준다 했지, 날 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이건 계약 위반이라고요.”
“알아, 아는데 이번에는 허락 받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
“왜요?”
“네가 자꾸 입술을 깨물잖아, 먹고 싶게.”
그와의 결혼은 비정규직 단기 알바 같은 것인 줄만 알았는데, 이때만 해도 몰랐었다.
이 사랑의 유통기한이 1371년 전부터 새겨져 있었을 줄은.
저 남자가 그리 오래 나를 기다려 왔을 줄은.
#까짓것 결혼, 해줄게요.
#사랑의 유효기간은 만 년. 그럼 유통기간은?
#미안한데 사랑만 빼고 다 줄게요. 사랑은, 내가 가질 거예요.
#먹는 건 나라고요, 당신이 아니라.
#전생이 뭐예요?
[미리보기]
어두워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여주는 알았다.
비형 씨가 웃고 있다는 걸.
“왜, 왜, 왜 그래요? 더 오지 마요, 소리칠 거야.”
하지만 비형은 그녀가 도망치지 못하게 허릴 꽉 붙잡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턱까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하나하나 걷어냈다.
그의 엄지가 이마를 스치고, 눈두덩을 훑고, 코끝을 지나쳐서 여주의 입술에 닿았다.
“어…….”
심장이 탁 튀는 바람에 여주는 말을 더듬었고, 비형은 엄지에 난 지문으로 그녀의 입술을 가벼이 문질렀다.
그러다 윗입술과 아랫입술을 살짝 벌리며 엄지 끝을 슬그머니 밀어 넣었다.
“머리카락, 맛있니? 그걸 왜 먹어.”
비형 씨가 무슨 말을 하는지는 여주한테 전혀 들리지 않았다.
대신 그가 훔쳐갔던 첫 키스가 생각나 버렸다.
길을 잃은 여행객처럼 입속으로 들어오던 숨결이, 지도조차 없이 내게로 스며들던 그 거친 숨소리가.
어쩌면 사랑을 속삭여 줄 거라고. 착착 접힌 나를 펼쳐 손끝으로 더듬으며 읽어줄 거라고.
아, 왜 이러는 걸까? 저 사람한테 중독된 것처럼.
여주가 조바심을 내는 찰나, 비형의 오른손이 겨드랑이로 쑥, 들어왔다.
“헉.”
여주는 가볍게 탄성을 내뱉었다.
“이러지 말아요, 나 화장실 가고 싶단 말이에요.”
아아, 환장하시겠다. 고작 한다는 소리가 화장실 가고 싶어요, 라니.
이 이상하고 야릇한 타이밍에 여주야. 그렇게 모태솔로 티를 내고 싶니.
겨우 10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절인 배추처럼 그녀는 축축해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