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 키워드 : 판타지물, 서양풍, 사차원공, 순정공, 다정공, 헌신공, 무심수, 상처수, 기억상실수, 인외존재, 애절물, 사건물, 3인칭 시점
과거의 기억을 잃은 채 살아가고 있지만 슬프지 않다.
착하디착한 리빈을 주인으로 모시며 곁을 지킬 수 있다면
토르에게는 다른 것은 어찌되든 상관없었다.
하지만 심부름 나간 시장에서 우연히 마주친 한 남자.
그는 자신을 ‘오딘’이라는 낯선 이름으로 부르며
늘 한자리에서 토르를 기다리고 있다.
<네가 나를 몰라도 나는 너를 알아. 너는 나를 위해 존재해.
위대한 나를 믿고, 해가 뜨고 달이 질 때까지 나만 바라보면 되는 거야.
너는 보석이야. 나만의 보석. 나를 위해 빛나고 나를 위해 아름다워지지.
나는 섬세한 세공사처럼 너를 연마할 거야. 음하하하핫.>
공작이라는 직위에 맞지 않게 가벼운 그의 말씨와 행동.
그에 토르는 무관심해하면서도 이면의 짙은 감정 때문인지
자꾸만 그에게 끌려가 버리고 마는데…….
▶잠깐 맛보기
검은 눈동자와 마주치자 몸이 굳었다. 순간, 검은 눈동자가 보라색으로 보였다. 눈을 크게 뜨자 다시 검은색으로 변했다. 착각이었을까. 지나친 긴장을 이기지 못해 눈을 깜박거리자 소름 끼치도록 낮은 목소리가 골목을 울렸다.
“드디어 찾았군.”
귀에서 찢어지는 듯한 이명이 들렸다. 온몸이 크게 소리쳤다. 저놈을 경계하라고. 도망치라고.
미친 듯이 질러 대는 비명에도 토르는 꼼작할 수 없었다. 등 뒤로 식은땀이 줄줄 흘렀다.
남자가 다가올수록 토르의 몸도 조금씩 뒤로 움직였다. 등에 벽에 닿자 토르는 숨을 들이마셨다. 여유롭게 걸어온 남자는 토르의 뺨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
“오래 기다렸어, 나의 오딘.”
다정한 목소리에 토르의 귀를 찢을 것 같던 소리가 사라졌다. 토르는 눈을 천천히 감았다 떴다. 온몸이 욱신거렸을 정도로 긴장에 떨던 몸이 거짓말처럼 풀렸다. 이해할 수 없었다. 가볍게 찾아온 정신적 공황에 토르는 아이처럼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보고 싶었어, 나의 오딘.”
턱을 매만지던 손가락이 목을 간질이자 토르는 남자를 쳐다봤다. 부드럽게 휘어지는 눈이 요사스러웠다. 천천히 입술이 다가오자 토르는 메마른 입술을 열었다.
“……사람 잘못 보셨습니다.”
닿을 듯 아슬아슬한 거리에서 남자가 멈추었다. 작게 흘러나온 한숨이 토르의 입술을 간질였다. 등이 쭈뼛 서는 듯한 기분에 토르는 설핏 인상을 찌푸렸다. 그 얼굴에 남자의 기가 험악해졌다. 몰아쳐 오는 기에 토르는 숨을 참았다. 매서운 기를 짓누르지 않는다. 골목 끝에 서 있던 남자와 눈앞에 서 있는 남자가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다.
얼굴을 뗀 남자가 어쩐지 초조한 얼굴로 말했다.
“늦게 왔다고 타박하는 건가?”
“애정 표현입니다.”
토르는 깜짝 놀랐다. 남자의 옆에 늙은 노인이 서 있었다. 웃는 듯한 인상의 노인은 토르를 보자 가볍게 묵례를 했다.
“에리엔입니다, 오딘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