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심장의 따스한 온기를 잃어버린 남자
신이 내린 칼이라 불리는 무사이자 20만 석에 이르는 대 영지를 거느린
후지 성의 영주 혼조 다카시,
염탐을 온 한양 땅에서 조선 사대부의 딸 유하현을 만나다.
“내가 아는 진실은, 어둡고 은밀하고 누가 안 보는 곳에선 변한다는 것이다.”
“진실은 변하지 않는 법입니다. 언제, 어느 곳에서나.”
약 400여 년 전, 유둣날 한양의 거리
손에 쥔 두 개의 칼이 아내고 자식이었던 냉혹한 침략자의 눈 속에 들어온 건,
조선이란 나라가 아닌 하얀 달빛같이 아름다운 조선의 한 소녀였다.
그녀를 본 순간,
사내의 가슴에 얼려 있던 만년의 빙설이 녹아 흐르기 시작한다.
그렇게 아무도 모르게 은밀히 맺은 적장과의 백년가약!
▶잠깐 맛보기
하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한율을 보았다. 그의 한쪽 입술 끝이 비릿하게 뒤틀리는가 싶더니 성큼 그의 몸이 다가왔다. 놀란 하현은 본능적으로 뒤로 한 발 몸을 물리며 그를 보았다.
“원하는 게 무엇인지 말을 해……, 흣!”
말이 채 끝나기도 전, 작은 비명이 하현의 입술 밖으로 새어 나왔다. 사내의 억센 손아귀에 턱이 붙잡힌 하현의 고개가 순식간에 위로 들려졌다.
“하아. 하아.”
하현은 급박하게 어깨를 오르내리며 사내를 쳐다보았다. 붙잡힌 턱과 뺨 주위로 저릿하게 아픔이 몰려왔다. 소리를 내고 싶었지만 사내의 힘에 짓눌려 숨 쉬는 것조차 벅찼다. 그런 자세에서 한율이 빤히 그녀의 눈 속을 훑듯이 보았다.
“…….”
하현의 눈 속을 빤히 훑던 한율의 눈길이 미끄러지듯 그녀의 입술 위에 쏠렸다. 사내의 더운 입김과 거친 숨소리가 귓등을 스쳤고 하현은 그 순간, 저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고 말았다.
“거짓되지 않는 것!”
느릿하게, 그러나 음미하듯 그녀의 떨림을 하나하나 지켜보던 한율이 잔뜩 가라앉은 음성으로 웅얼거렸다. 그리곤 마치 그 말을 단단히 각인시켜 주듯 떨고 있는 하현의 입술을 거칠게 머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