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손에 꼽히는 재벌가 M의 차남, 한영우. 수려한 외모로 인해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도 가지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부드러운 성품을 가진 재벌2세라고 떠들어댄다. 하지만 그건 모두 다 꾸며진 이미지이다. 자기 관리가 철두철미하며 속내를 잘 비추는 법이 없다. 그런 영우를 못마땅하게 여긴 그의 형 재우는 제 욕심으로 인해 영우에게 제 과거까지 떠안게 만들고 일부러 영우가 사랑했던 여자와 닮은 해빈을 이용해 그의 곁에 있게 한다. 영우는 제가 사랑했던 희재와 똑같이 닮은 해빈을 보는 순간 고민조차 하지 않고 그녀에게 빠지게 되고 그녀를 제 결혼상대로 맞이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처음엔 빚을 탕감할 목적으로 영우에게 접근했던 해빈이었지만 점점 그에게 진심으로 다가가게 되고……. -본문 중에서- 해빈을 태워서는 최고급 호텔에 도착해 스위트룸을 체크인 했다. 호텔 직원들은 죄다 영우를 알아보았지만 동요하지 않았다. 설사 동요를 한다고 하더라도 그들의 입 밖으로 영우가 여자를 데리고 호텔에 왔다는 사실은 나가지 않을 거다. 고객의 사생활의 존중하고 비밀을 보장해야 하는 게 그들의 임무 중 하나니까. 최대한 의식하는 척 하지 않으면서 영우의 얼굴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고개를 배꼼 내미는 여직원들의 시선이 해빈의 뒤로 따갑게 느껴졌다.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 동안 해빈은 일부러 영우의 팔에 제 팔을 둘렀다. 영우가 넌지시 떼어 내기라도 하면 어쩌나, 잠시 긴장했지만 개의치 않는 듯 영우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고 직원들의 시선에서 온전히 벗어날 때까지 해빈은 영우의 팔짱을 풀지 않았고 오히려 다정하게 꼭 붙기까지 했다. “샴페인? 와인?” 키카드를 제자리에 꽂고 재킷을 벗으며 영우가 해빈에게 물었다. “아무 거나요.” “이왕이면 와인으로 하지.” 와인리스트를 한 번 슥 보더니 꽤나 능숙하게 룸서비스를 주문하는 영우다. 안주며 부수적으로 필요한 것들까지 한 번에 읊는 그는 이런 생활방식에 몹시 걸맞은 그러니까 꼭 자기 옷을 제대로 입은 것처럼 느껴졌다. “도착하는 동안 씻을까요? 아니면 먼저 씻을래요?” “먼저 해.” 해빈이 고개를 가볍게 끄덕이곤 욕실로 걸음을 옮겼다. 룸을 한 번 둘러보지도 않은 채 소파에 털썩 앉은 영우가 아까 도착했던 휴대폰 메시지를 확인했다. 「이해빈. 28. TU 영어영문과 졸업. 프리랜서 번역가로 일하고 있음. 다단계로 7천만 원의 빚이 있음. 그 외 특이사항 없음. 거주지 ㄱ동…….」 짤막한 보고 형식의 해빈 신상이었다. 그의 눈은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고 그저 다단계 빚 7천만 원이라는 것에 고정되었다. 한참을 짤막한 메시지를 보고 있다가 룸서비스를 알리는 소리에 문을 열어 주고 제 것으로 시켰던 에스프레소콘파냐를 한 모금 했다. 정신이 몽롱하진 않았지만 카페인이 필요했다. 알맞은 비율로 잘 만들어진 휘핑도 티스푼으로 한 번 떠서 먹고 있으니 욕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샤워가운을 걸치고 머리를 탈탈탈 털며 나오는 해빈이다. 오묘한 그 얼굴에 영우의 가슴엔 이상하게 철렁,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내색하지 않은 채 제 맞은편 의자를 가리켰다. “그거 커피예요?” “어.” “왜 같이 와인하지 않고.” 딱히 기다리는 게 지루하니 와인 한 잔을 하고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영우는 뜬금없이 에스프레소를 마시고 있었다. 자정이 다 되어 가는 시간에 마시는 에스프레소라. 살짝 당황스러운 게 사실이다. 샤워가운의 틈사이로 해빈의 쇄골과 하얀 속살이 내비쳤지만 영우는 딱히 관심이 없어 보인다. “내 앞으로 후불 결제하도록 해놓았으니까 더 필요한 거 있으면 맘껏 시켜. 피트니스, 뷔페, 스파 다 무료니까 이용해도 되고.” “무슨 말이에요?” “이해빈 씨 내 오백만 원에 대한 값 충분히 했으니 내가 포상하는 거라 생각해.” “……제가 이름을 밝혔던가요?” “글쎄, 안 그랬던가? 뭐, 딱히 상관없지 않나?” 영우는 벗어 두었던 재킷을 다시금 걸치고 일어났다. 시켰던 제 커피는 이미 비운 지 오래다. “이봐요, 한영우 본부장님.” “아. 아직 오백만 원 안 채웠다. 궁금한 거 하나 풀어 줘야겠어.” “그게 뭔데요?” “왜 굳이 이 일을 하는 거지?” 영우의 눈과 말투는 해빈을 향한 모욕은 아니었다. 진정으로 궁금함에서 우러나는 의문이었다. 해빈은 그걸 알아차리곤 옅게 웃으면서 대답을 준비했다. 그녀의 손에 참으로 아슬아슬하게 와인글라스가 걸려 있다. “빤한 걸 물어서 뭐해요?” “다단계 빚, 모조리 탕감해 줄 수도 있어.” “……뭐라고요?” 흔들리는 와인의 결을 감상하며 잔을 빙글빙글 돌리던 걸 멈췄다. 딱히 흥미 있는 표정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저 고고한 입술 새로 방금 무언가 구미가 당기는 말을 했다. 7천만 원을 모조리 탕감해 주겠다고. 밤을 같이 지새운 것도 아니고 고작 두 시간 전에 함께 룸에서 나와 호텔까지 왔을 뿐인데 총 수입이 7천 5백인 셈이다. 재벌들은 뭐든 이렇게 쉬운 건가. 새삼 깨닫게 만든다. “알다시피 나한테는 어렵지 않은 돈이니까.” “대가는 뭔데요?” “뭐가 됐든.” “확실히 구미가 당기긴 해요.” 잔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고 해빈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서 영우의 가까이로 다가왔다. 아직 덜 마른 그녀의 머리칼에서 나는 진한 샴푸 향이 영우의 코끝을 자극했다. 잘만 채워져 있는 타이를 그녀가 부드럽게 한 번 쓸고는 좀 더 영우의 가까이로 다가가 섰다. 그리곤 영우를 또렷이 올려다본다. “내가 고작 빚 때문에 이러고 있는 걸로 보여요?” 립스틱은 다 지워진 지 오랜데 이상하게 해빈의 입술이 고혹적이다. “빤한 이유가 또 다른 게 있나?” “아직 Q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가 봐요. 왜 다들 Q에 들어오고 싶어서 안달하는 줄 알아요?” “왜?” 영우도 저에게 눈을 맞추고 있는 해빈의 눈을 피하지 않고 물었다. 담갈색 눈동자가 빠져들 것 같이 빛이 난다. “인생세탁.” “아.” “이쪽에 관심이 없는 거예요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 척 하고 있는 거예요?” “하나 아는 건 있어. 인생세탁이 그리 만만하진 않을 걸? 게다가…… 볼 게 뭐가 있다고 속셈 빤한 속물들 세탁까지 시켜주겠어, 우리 같은 사람들이. 안 그래?” 이번엔 확실한 모욕이자 조롱이었다. 내리깔린 그의 속눈썹이 얄밉게도 해빈을 비웃는 것처럼 느껴졌다. 영우의 앞에 거의 달라붙어서는 한껏 유혹적인 표정을 하고 있던 해빈의 인상이 구겨졌다. 매만지던 타이에서도 흥미가 떨어진 듯 손을 거두려던 찰나 그녀의 손목이 강하게도 영우에게 잡혔다. “또 하나 더. 어딜 가나 예외는 있지.” [미리보기] 취(取) the written by. 마리이야기 1. 단단한 손목에 채워진 고가의 마감 처리된 시계가 아침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책상 위에 놓여 있는 서류 더미들을 가지고 장난이라도 치듯 영우의 손은 유유히 종이들 하나, 하나를 흐트러뜨렸다. 정확하게 사무실로 들어오기 3분 전부터 윤 비서가 친히 내려놓은 에스프레소는 한 입도 대지 않은 채 이미 식은 지 오래다. 그의 심장은 눅눅하게 젖은 이파리처럼 떨림도 없었고, 그 어떤 푸름도 머금지 않았다. 초가 1초, 2초 흘러가는 걸 가만히 지켜보다가 스피커로 누군가의 등장을 알리는 비서의 목소리가 울렸다. 영우의 입꼬리가 살며시 올라갔다. 그다지 달가워하는 방문은 아닌데도 불구하고 말이다. [본부장님, 로비에 K기업의 장철민 과장님이 찾아오셨는데 어떻게 할까요?] “올려 보내.” [네, 알겠습니다.] 우스웠다. 로비의 경비도 하나 못 뚫고 1차, 2차 라인을 통해 등장을 알리는 그라니. 책상 위를 누비던 손가락 장난이 멈추었다. 그 손가락은 그대로 에스프레소 잔으로 향했고 식어서 제대로 된 풍미조차 느낄 수 없는 그걸 영우는 애써 감미롭게 만끽했다. 똑똑똑. 비서가 친히 문을 열어 주자 꽤나 신경을 쓴 차림을 한 장철민이란 사내가 쭈뼛쭈뼛 사무실 안으로 들어왔다. 영우는 그를 향해 씩 웃어 보인 뒤 소파를 가리켰다. “차 좀 내어오지, 윤 비서.” “어떤 걸로 내어올까요?” “코피루왁.” “알겠습니다.” 긴장을 해야 할 사람이 누군데 되레 긴장한 듯 소파에 앉으며 철민이 어색하게 제 타이를 매만졌다. 그런 행동 하나하나를 놓치지 않으며 영우 또한 철민을 마주 보고 앉았다. 대화는 쉬이 시작되지 않았다. 아마도 비서가 차를 내어오기 전까진 어색하고 무거운 침묵이 이어지겠지. 철민은 그동안 사무실을 휘둘러보았다. 별 고급 장식이 없어도 고급스런 느낌은 당연 진동했다. 목재 하나에도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했을 것처럼 보이는 책상 위는 아이러니하게도 서류들이 엉망으로 되어 있었다. 히스테릭하게 놓여 있다고 하기보단 그저 흩트려 놓은 거라는 걸 모르지 않았다. 똑똑똑. 차가 다 되었다는 노크 소리였다.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고 적당하게 따뜻한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코피루왁 2잔이 영우의 앞으로 한 잔, 철민의 앞으로 한 잔 놓여졌다. 짧게 목례를 마치고 비서가 나갔고, 본격적인 무거운 분위기가 공기 중으로 깔렸다. 영우가 권하고 말고 없이 커피를 들자 철민도 따라 한 모금 마시며 입을 축였다. 홀짝, 홀짝 몇 번의 홀짝임 소리가 반복이 되고 길게 이어졌던 전조를 마무리하려는 듯 영우가 입을 열었다. “코피루왁은 삼십 초 뒤가 제일 좋죠. 곧 그 풍미를 느낄 수 있을 겁니다.” 빙그르르 들고 있던 찻잔을 서서히 돌리며 커피를 설명했다. 그러나 그러한 설명엔 별로 관심이 없는 듯 철민은 혀끝에서 그저 입맛만 텁텁하게 다실뿐이다. “이거 좋아하시나 보죠?” “아뇨. 전 에스프레소를 즐기지 이건 자주 안 마셔요. 장 과장님 좀 드셔 보시라고요. 흔하디흔한 커핀 예의가 아니니까.” 영우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거대 그룹 M의 차남이 가진 그 미소는 여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남자들의 마음까지 사로잡기 충분했다. 꾸며진 미소 속의 가식은 대체로 읽히지 않으니 당연하다. 철민은 기사에서나 보던 그 웃음을 실제로 보니 왠지 소름 끼치는 기분이었다. 그는 영우를 빤히 보며 찻잔을 다시 들었다. 지금 협박을 당하는 입장인데도 불구하고 너무나 여유로운 영우의 까만 속셈이 대체 무엇인지 쉬이 눈치 챌 수가 없다. “제 용건을 잘 알고 있을 텐데도 이런 고급 커피를 내어주시다니 과연 M의 자제는 다르군요.” “별말씀을요. 저희 형이었다면 더한 대우를 해드렸을 텐데.” “하하, 형님은 부스럼 하나 제대로 흘리지 않으시지 않습니까.” 철민의 말에 가만히 웃고만 있던 영우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졌다 펴졌다. 1초도 안 되는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영우를 빤히 보고 있었기에 철민은 그걸 놓치지 않았다. 웃고 있으면서도 심적으론 심히 불쾌해하고 있는 게 빤했다. 형님은 부스럼을 만들지 않을 만큼 깨끗한데 너는 왜 사람들이 득달같이 달려들 부스럼을 만들고 다니느냐, 를 돌려 말하고 있는 철민의 의도가 그대로 전해졌음이다. 일거수일투족이 하나의 기사가 되고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까지 이슈를 만드는 세계 그룹 M의 한영우. 그런 그가 미국 유학 시절 방탕하고 문란한 생활을 일삼았던 건 자료로 보도되진 않았지만 다들 추측으로나마 알고 있을 거다. 그 와중에 운 좋게도 철민의 손에 영우의 마약 증거가 들어왔다. 로또보다 더한 수확이 아닐 수가 없다. 철민은 괜히 시간을 끌기 싫다는 듯 친히 영우의 모습이 담긴 사진 하나를 그의 앞으로 내밀었다. 고작 마약을 하고 있는 사진이라고 하기엔 그 의미가 크다는 걸 두 사람 모두 다 알고 있다. 그의 신발자국 하나도 기사가 되는 마당에 그가 마약을 했다고 한다. 언론에서는 기다렸다는 듯이 특종이라며 자극적인 단어 중에 최상급만 골라서 앞 다투어 제보를 하겠지. 게다가 M 자체에 일으키는 파급효과도 어마어마할 것이고. 철민의 계산은 틀림이 없었다. 어떻게 해서 공수한 건데 쉽게 물러나 주진 않을 거다. 그런데 예상외로 겁먹는 시늉조차 하지 않는 영우다. “어디 한 번 들어 보기나 할까요?” “M에 자리 하나만 주셨으면 하는데 계열사라도 뭐, 괜찮으니까. 대신 직급은 말하지 않아도 아실 테고.” 짙은 철민의 눈썹이 약간 올라갔다. “자리라…….” 영우는 그의 기대에 어긋나게 하지 않기 위해 이제야 제법 진지하고 심각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이리, 저리 굴리며 사진을 쳐다보았다. “차라리 돈을 요구하시지.” “그건 애송이들이나 하는 짓이죠.” “역시.” “지금 당장 답을 주실 건가요, 아니면…… 연락을 따로 기다려야 하나요?” 대화의 우위를 점령했다는 표시로 그의 말투는 짐짓 거만해져 있었다. “커피의 맛은 제대로 느끼셨습니까?” “뭐요?” “입맛에 맞으셨으면 좋았을 텐데 말입니다.” “한 본부장 지금 무슨 얘기를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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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Blue
Mr.Blue2015/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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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kaopage
Kakaopage2015/07/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