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은시아 - 어느 여름 밤. 고통에 허덕이는 남자를 만났다. 습격 같은 잔인한 키스. 그 키스의 기억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제이 킹 - 거부 패트릭 킹의 양자. 잔혹한 운명에 휩쓸려 다니던 어느 밤, 아름다운 소녀를 만났다. 운명이 허락한다면 다시 한 번 그녀를 만나고 싶다.
-본문 중에서-
“있어요.”
“응?”
“남자 친구 있다고요.”
그러니 당신은 더 이상의 관심은 갖지 마세요. 나는 오류를 유발하는 답을 했다. 거짓은 아니지. 그와 내가 생각하는 남자 친구의 의미가 다를 뿐.
“상관없어.”
뭐라고? 대체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여야하는 거야? 남자가 있든 말든 나는 너에게 관심을 가질 작정이야 라고 받아들여야 되는 거야?
“그런데 왜 그런 걸 물으셨어요?”
“그냥.”
“…….”
“시아는 남자가 있구나.”
어? 이 남자 지금 우울해지려는 참이다.
“당연하지 이렇게 아름다운데…….”
농담 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진지한 눈으로 나의 아름다움을 찬양한다. 순간 나는 정말 아름다운 여자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아름다워.”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은데.
“남자가 있어도 상관없어.”
상관이 있어야 정상인데.
문득 생각했다. 이 사람의 평판이 바닥을 친 이유를. 혹시 그 중에는 임자 있는 여자를 상관 안 하는 것도 끼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하고. 역시 이 사람은 위험해.
“아직 결혼을 한 건 아니니까.”
그래도 결혼은 챙기는 군.
완전 막가는 스타일이 아니라 안심해야하는 건가? 그럼 이 남자를 떼어 놓으려면 어디서 남편이라도 조달해야 하는 건가?
나는 상관없다고 하면서도 점점 침울해지는 남자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무슨 큰 잘못이라도 저지른 기분이 들었다.
“시아.”
“예?”
“내 이름 한번만 불러줄래?”
또, 또. 잊을만하면 이름 타령이다. 그런데 눈빛이 너무 간절했다. 마음 약해지게. 에라 모르겠다. 계속 불러달라는 것도 아니고 한번만 불러달라는데 마냥 튕기기도 뭐했다. 나는 침을 한 번 꼴깍 삼키고 머뭇머뭇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이.”
“아아, 한번만 더.”
신음처럼 한숨을 내쉬며 남자가 탄성을 냈다. 살포시 눈까지 내리깔고. 이게 뭐라고. 대체 이게 뭐라고 내 심장이 콩닥거리는지 모르겠다. 정말이지 홀린 기분이었다. 나는 그의 요구대로 다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제이.”
“아아, 시아.”
눈을 감은 채 한숨처럼 내 이름을 부르는 남자는 왠지 야했다.
대체 이게 뭘까?
이 묘한 분위기는 뭐냐고. 공기 중에 이상한 향기가 가득 퍼져있는 것 같았다. 가슴 언저리가 먹먹하면서 동시에 간질간질했다. 감당하기 힘들었다. 나는 내 방으로 돌아가고 싶었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고 싶지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안절부절 하는 마음으로 제이 킹의 눈꺼풀이 스르르 올라가는 걸 바라보았다. 반짝이는 눈에서 묘한 열기가 느껴졌다. 남자의 입술이 나른하게 움직이며 나를 불렀다.
“시아.”
“예.”
밤의 조명을 받아 반짝이는 눈동자가 나를 그윽이 바라보는 중이었다. 무슨 얘기를 하려고 저렇게 부드러운 표정을 짓는 걸까? 별다른 변화가 없는데도 남자의 표정은 많이 부드러워 보였다. 눈빛 탓인 것 같았다.
어쩜 눈빛이 저렇게 반짝거릴까?
선 좋은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나는 홀린 듯 남자를 바라보았다.
“그 키스.”
헉.
“기억하고 있어?”
이건 기습이었다.
“아직?”
내가 묻은 일을 자기가 파헤치다니. 비겁해.
“아니요.”
나는 부인했다. 그 일은 들추지 말아요. 나는 그 일을 잊으려는 중이에요.
“거짓말.”
“…….”
“내가 미안해해야 하는 건가?”
이제 와서 미안해하면 어쩌자고?
“사과라도 하려고요?”
“싫은데.”
그런데 왜 그 얘길 끄집어내?
“……그 키스가 나를 살게 한 건 모르지?”
뭐라니?
“시아를 다시 만나고 싶었어.”
“…….”
“이렇게 우연히.”
“…….”
“마치…….”
마치……. 뒤를 아끼듯, 어쩌면 부끄러운 듯 말을 끌더니 제이 킹이라는 남자가 살짝 웃었다. 아주 살짝. 처음 보는 그의 웃는 표정을 나는 홀린 듯 바라보았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제이 킹이 말을 이었다.
“운명인 것처럼.”
“…….”
“내게로 오길 바랐어.”
[미리보기]
“그래, 시아.”
제이의 손과 입술이 나를 정신없게 만든다.
“흐읏.”
화들짝 놀라 제이를 밀어냈다. 하지만 청동 조각처럼 단단한 어깨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쉬이, 놀라지 마.”
“……싫어.”
“조금만…….”
가슴을 물고 혀를 감으며 빤다.
“으읍.”
허리를 들썩이는 사이 다리 사이로 슬그머니 손이 들어왔다. 싫다고 하고 싶은데 가슴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혀의 움직임에 숨이 막혀버렸다.
“읏.”
매달리듯 어깨를 잡았다.
은밀한 둔덕을 문지르는 손길에 얼굴이 화끈거렸다.
아아, 허리에서 힘이 스르르 풀렸다. 주문이라도 걸린 것 같았다.
“제이…….”
“시아, 너를 만지게 해줘.”
“아아, 제이.”
“너를 맛보게 해줘.”
아아, 안 돼.
허리가 휘었다.
“아윽.”
뜨거운 혀가 예민한 곳을 길게 갈랐다.
“읏.”
뱃속에서 타닥타닥 불꽃이 일었다.
나 어떡해.
도망가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예측이라도 한 듯 단단한 손이 허리를 감고 있었다.
“으읏……으응,……아아.”
어지러웠다. 감각이 소용돌이치는 것 같았다.
“읏……읏…….”
이제 제이의 입술과 혀는 거침이 없었다. 이렇게 깊은 곳을 이렇게 깊은 방식으로 누군가와 나누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아랫배가 욱신거리며 떨리더니 깊은 곳에서부터 뜨거운 파도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뜨거운 파도는 믿을 수 없을 만큼 달콤했다. 너무나 달콤해서 도망가려고 허우적거리던 내 몸을 다 녹여버리기 시작했다.
“아앗.”
제이의 혀가 집요하게 흔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