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보시다시피 난 우렁이야.”
“……우렁이겠죠. 네, 우렁이더라고요…….”
“내 아버지가 용왕인데 빌어먹을 노인네가 자기 자리 좀 노렸다고 날 우렁이로 만들었지. 그러면서 우렁각시처럼 색시 될 사람 밥이나 지어 주면서 죄를 씻으라잖아? 그래서 그 더러운 논바닥에서 색시를 기다렸지.”
“아니, 이보세요. 색시 뜻 몰라요? 전 남자거든요?”
“내가 시력이 나빠서. 몸이 원체 호리호리해야지. 여잔 줄 알았더니 사내새끼 집인 거야. 근데 그 사내새끼가 남자한테도 막 벌리더라고.”
“……네?”
“그래서 그냥 널 내 색시로 만들려고.”
아니, 이게 무슨 시추에이션?
옛날옛날 옛적 우렁각시 이야기가 현대에서 재현이 된다고?
게다가 그 대상이 바로 나, 어해수라고?
헐!
우락부락 건장한 근육에 달랑 앞치마 하나만 두른 우렁이가 용왕의 아들이라니!
그러나 어쩌나, 근사한 그 남자, 아진의 유혹에 속절없이 무너져 버리는 걸!
어쩌다 우연히 주워 온 우렁이 한 마리.
우렁각시처럼 참한 줄만 알았더니, 웬걸?
근육 덩어리 그 몸으로 자꾸만 유혹을 하는데,
왠지 그 유혹이 싫지 않은 건, 왜일까?
[본문 내용 중에서]
“일단.”
“응.”
“난 신랑 같은 거 필요 없어.”
“왜?”
“뭐?”
왜냐니, 이 자식아. 내가 호모여도 종족 구분은 확실하다고!
“아, 그 남자랑 사귀니까?”
“뭐?”
아, 엄 본부장을 말하는 듯했다. 해수는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차라리 잘됐다 싶어 그걸 이용하기로 했다.
“그, 그래! 그 사람이랑 사귀어. 그러니까 다른…….”
“하, 좋아. 사귀어. 하지만 결혼은 나랑 해.”
“미친, 말이라고 하냐!”
“아직 때가 아니라서 당장 결정하라는 거 아냐. 그때 가서 결정해도 되잖아?”
“너랑 한집에 사는 게 싫다고요…….”
그러자 우렁이가 씩, 웃으며 말했다.
“아니, 좋을 걸?”
“뭐?”
“그냥 일단 가정부 쓴다고 생각해. 무일푼으로. 절실하지 않아?”
“…….”
해수는 또 그 말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어차피 난 식비도 안 들어. 게다가 이렇게 밥상을 차리는 게 다 내 능력껏이라 식비로 돈도 안 든다고.”
“윽…….”
“자, 밥 먹어 보라고. 엄청나게 맛있을 거라니까?”
“…….”
우렁이의 말에 억지로 식탁 앞에 앉은 해수는 때마침 허기가 진 배 속의 아우성에 고개를 숙였다.
“자, 먹어 봐. 나의 야심작 된장찌개를. 차돌박이 된장찌개라고.”
“하.”
먹는 것 앞에서 이렇게 흔들릴 수 있을까? 해수는 의지가 약한 자신을 탓하며 숟가락을 들어 여전히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된장찌개를 한 숟갈 푹 떴다.
“대박…….”
미쳤다는 말밖엔 할 수 없는 맛이었다.
“엄청나지?”
“뭘 탄 거야?”
“나의 정성?”
“…….”
저 썰렁한 개그만 아니면 좋게 볼 텐데. 그마저도 까먹었다.
하지만 정말 맛은 평생 먹어 온 엄마 밥보다도 맛있었다. 이럴 수가 있나. 용왕의 아들이란 놈이, 살아생전 요리의 요 자도 모를 것 같은 놈이 이렇게 수준급인 요리로 사람의 마음을 홀리다니…….
“같이 살자, 어해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