あらすじ
성수 오빠에게 사랑이란 단어를 듣는 그 순간부터 그녀의 가슴은 울렁거리다 못해 멀미가 나고 있었다. 너무 아름다우면서도 두려운 그 단어를 그녀는 주체할 수가 없었다. 깎아지른 절벽이 솟아있고, 그 아래는 시퍼런 바다가 출렁이고 있었다.
“따라오지 마!”
무엇에 홀린 듯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성수 오빠가 불현듯 무서웠다. 벼랑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현기증이 났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책가방을 던졌다. 그러자 성수는 책가방을 넙죽 받아 안고는 싱긋 웃는 거였다. 견딜 수 없는 웃음이었다.
‘미워! 미워! 미워!’
그녀의 가슴속에선 작은 불길이 일기 시작했다.
그녀 자신의 힘으론 걷잡을 수 없을 만치 그 불길은 온몸으로 번져갔다. 그리고 불길 속에는 사랑이란 단어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녀의 온몸은 이제 불덩이 같았다. 아니 불꽃이 되었다.
그녀는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렸다. 한없이 너른 바다의 품에 안기기 위해.
그녀가 그러쥐고 있던 코스모스 다발은 산산이 흩어지면서 오색나비 떼처럼 훨훨 날았다. 그리곤 가파른 절벽의 중턱에 무참히 나뒹굴어진 주인의 몸을 사뿐히 덮었다.
파도는 여전히 철썩였고, 쉼 없는 포말을 드날리고 있었다.